연례행사

by 서연필

외할머니는 부처님 오신 날을 ‘초파일’이라고 했다.


한 달 전부터는 연등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지난해에 썼던 것이기 때문에 다시 손봐야 했다. 벽장에 차곡차곡 쌓아둔 연등을 꺼내 철사 틀만 남기고 모두 뜯어 새것처럼 만들었다.

“우리 헌아가 만든 게 제일 예쁘네. 손도 어찌 이리 야무질꼬.”

“송편도 예쁘게 빚더니 손재주가 있나 봐요.”

외할머니의 칭찬에 엄마는 내가 만든 연등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말했다.

내가 봐도 제일 동그랗고 예뻤다.


우리는 저녁마다 이야기꽃을 피우며 색색의 연등을 만들었다.

하나씩 완성되어 쌓아 두면 동작 빠른 동네 할머니들이 마음에 드는 연등을 선점하러 왔다.

가족의 이름을 쓴 종이를 연등에 붙여 마당에 걸어두면 뿌듯해하며 몇 번씩 들러보고 갔다.

연등을 다 걸어서 맞이한 초파일.

이른 아침부터 도착한 손님들이 법당으로 들어가면 외할머니의 축원 기도가 울려 퍼졌다.

차분해지는 향냄새, 촛불 냄새가 목탁 소리와 함께 우리 모두를 감쌌다.


하루 종일 붐비던 마당은 초저녁이 되어 한산해졌다.

노을이 산 위에 붉은 물감처럼 퍼지기 시작하면 연등에 하나둘 촛불을 넣는 일이 시작되었다. 꺼지지 않게 손으로 가려서 넣다가 촛농에 손을 데어도, 이골이 나서 아무렇지 않았다.

“바람이 안 불어야 하는데.”

외할머니의 걱정을 들은 듯 바람이 뒤꿈치를 들며 걷듯 착해졌다.

캄캄한 밤이 되면 몸에 적당히 시원하게 감기는 밤 기온이, 그윽한 연등 불빛과 귀뚜라미 소리만 느낄 수 있게 해 줬다.

평상에 누워 올려다보면, 새카만 하늘에 박힌 별들이 내게로 쏟아지듯 가까워졌다.


외할머니와 엄마는 동이 틀 때까지 촛불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었다.

밤을 지새우느라 끊이지 않는 작고 다정한 말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장가가 되어 방 안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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