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조각들 2

by 서연필


다음날, 내 마음도 모르는 하늘은 너무 청명했다.

엄마한테 전화하니, 외할머니는 조금 나아졌다고 했다.

퇴근해서 카스테라와 요구르트를 담은 봉지를 들고 병실 앞 복도에 멈췄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마구 뛰는 심장을 주저앉히려 주먹으로 쾅쾅 쳤다.

들어가니 외할머니가 정확히 나를 보면서 말했다.

“오야, 왔나.”

얼마나 듣고 싶은 말이었던가.

외할머니는 대화가 수월하진 않았지만 갑갑하다고 명확하게 말했다.

휠체어를 가져와 화장실에 들렀다가 바람 쐬러 병원 옆 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달은 크고 구름은 없었다.

“할매. 달 좀 봐. 바로 우리 머리 위에 있다.”

“보름이다.”

정말 음력 15일 정확한 보름달이었다.

가슴속까지 꽉 찰 만큼 아름다웠다.

우리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캄캄한 운동장을 돌았다.

“내 소변 마렵다!”

갑자기 외할머니가 다급하게 말했다.

화장실을 찾아갈 틈도 없었다.

한쪽 구석에 급히 내려 양쪽에서 외할머니를 붙잡고 일을 도왔다.

나는 허둥대며 여기저기서 모래를 끌어와서 흔적을 가렸다.

또 한 번, 내가 부서졌다.

외할머니의 자존심은 망치로 내려친 유리병처럼 깨졌다.

나는 그 흩어진 조각을 쓸어 담아 꼭 껴안은 채, 들키지 않으려 발버둥 쳤다.

야속한 달은 어찌 저리 아무렇지도 않게 환한 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며칠이 지나 외할머니는 나를 완전히 잊었다.

“할매. 나 왔어.”

웃으며 인사하는 내게 물었다.

“뉘신교?”

초점 없는 눈동자가 내 시선을 뚫었다.

“엄마, 헌아잖아. 헌아 왔네.”

엄마가 옆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순간 눈물에 가려 앞이 안 보였다. 손을 잡았다.

“할매 손 따뜻하네?”

고개를 떨군 내게 외할머니는 대답했다.

“네.”

우리 외할머니에게서 내가 지워질 거란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모두를 다 잊어도 나는 아닐 거라 자신했었다.

그런데 왜 내가 가장 먼저 깨진 파편이 되었을까.

허벅지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울지 마라’

고개를 들어보니 울지 마라 하는 외할머니가 달에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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