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조각들 3

by 서연필

혼자서 간호하던 엄마는 더 이상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연일 계속되는 간병인 비용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결국 외할머니를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병실 벽에 침대가 빙 둘러 있었고, 가운데 두 개의 침대 중 하나가 외할머니 자리였다. 그 많은 환자 곁에 보호자는 한 명도 없었다.

마치 전쟁터에 총상을 입은 군인들이 여기저기서 흩어져서 아우성치는 듯했다. 놀란 내가 멈춰 있으니, 엄마가 내 팔을 끌어 자리로 이끌었다.

외할머니의 야위고 흐트러진 모습에 떨리는 어깨에 힘을 줬다.

이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외할머니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엄마, 헌아 왔네.”

옆으로 누워있던 외할머니가 힘들게 머리를 돌려 나를 봤다.

“우리 헌아 왔나.”

내가 그토록 듣고 싶은 말이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그 이름으로 부르던 목소리가 나를 반겼다.

맞은편 침실에서 알 수 없는 고함이 들렸다.

“시끄러워 정신이 하나도 없네.”

외할머니는 미간을 찌푸렸다.

보호자용 간이침대도 없었다. 멍하니 서 있으니, 엄마가 앉으라며 둥그런 플라스틱 의자를 가져왔다. 식사는 못 한 지 오래됐고, 화장실 이동이 힘들어서 기저귀를 사용 중이라고 했다. 외할머니는 계속 화장실을 가겠다며 볼일을 안 보고 있다고 했다.

마침, 요양보호사가 와서 다른 할머니들을 살폈다.

그 빠르고 거침없는 손길이 오랜 경험에 의한 것인 줄은 알면서도 거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해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속상했다.

엄마는 외할머니가 볼일을 못 본다고 얘기했다.

보호사는 배변을 도와야 한다며 비닐장갑을 끼고 옆으로 돌려 눕혀 바지를 내렸다. 엄마는 외할머니를 마주 보며 두 손을 꼭 잡았다.

나는 참담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손이 차가워지며 쥐가 났다.

“이 년이 사람 죽이네!”

나는 너무 놀랐다. 외할머니는 평생 욕 한번 한 적 없었다.

이 병은 사람을 어디까지 처참하게 만들려는 것인지..

지독히도 잔인했다.

엄마와 로비에 앉았다.

“할매 계속 여기 있어야 돼?”

엄마는 쉽게 대답 못 했다.

대답 대신 어느 날인가 외할머니가 정신이 돌아온 날, ‘돈 때문에 나를 여기로 데려왔냐.’ 묻더라며 울음을 삼키듯 터트렸다.

나는 내 심장에 꽂힌 칼만 고통스러운 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의 심장은 찢기고 타버려서 재만 흩날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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