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연애는 상견례를 지나, 결혼 날까지 잡혔다.
날짜가 너무 멀다던 외할머니의 눈빛과 표정에서 나는 짧고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외할머니의 쇠해진 몸은 좀처럼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반복되는 입원과 퇴원에 야위어 가고 기력이 없어지며, 몸은 더 가벼워졌다.
늘 단정하던 곱슬머리가 풀풀 날리고 있었다.
“할매. 머리 예쁘게 빗겨줄게.”
누운 채로 보이는 곳만 차분하게 빗어도 훨씬 나아 보였다.
조그만 손거울을 보여 주며 예쁘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없었다.
잠이 온다며 눈을 감았다.
다음날, 엄마가 전화했다. 섬망 증상이 생겼다고 했다. 노인들이 갑자기 장소가 바뀌면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퇴근 후 배시시 웃으며 들어가니, 침대에 기대앉아 있는 외할머니가 낯설었다.
가까이 가서 불렀더니 대답이 없었다.
눈동자를 보니 외할머니가 사라진 것 같았다. 그제야 덜컥 겁이 났다.
“할매. 나 왔어.”
외할머니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눈을 돌렸다.
“할매. 헌아 왔어.”
다시 한번 말했다.
“아. 왔나.”
놀랐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응. 밥은 잡쉈어?”
밥 먹는 시늉을 하듯, 입을 계속 오물거렸다.
심장이 반으로 찢겼다. 괴로움에 죽고 싶었다.
그때 엄마가 들어왔다.
“왔나. 차 안 막히더나.”
눈이 시뻘게진 나를 보며 억지로 웃어 보였다.
우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뱉는 순간 울음바다가 될 것 같았다.
외할머니는 잠이 온다며 다시 잠들었다.
나는 그냥 일어섰다. 엄마도 말없이 나를 보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