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차례는 나였다.

by 서연필

경력단절이 길었다가 2년 전 겨우 취직됐다.

초라한 사무실이 실망스러웠지만, 내 나이에 책상 앞에 앉는 게 어디냐며 충성을 다 할 것을 홀로 맹세했다.

아무도 하지 않는 것 같은 더럽고 냄새나는 화장실 청소를 세제까지 사 가서 했다.

옛날 같았으면 고고했던 나에게 택도 없는 일이었다.

아침마다 세면대에 입을 헹궈 찌꺼기를 뱉어놓는 새끼가 누군지 알았을 때, 그놈의 뒤통수를 갈기고 싶었다.

딱 한번 변기커버 닦는 것을 잊은 날, 왜 닦지 않았냐고 한소리 하던 동갑내기 과장 가스나가 어처구니없었다.

하지만, 나는 회사를 오래 다니고 싶었다.


관리감독자 교육을 받으러 가게 되었다.

'직장 내 괴롭힘' 강의가 있었는데 듣는 내내 답답했다.

'저걸 왜 참지? 왜 속병을 앓으며 견디고 있지?' 싶었다.

몇 달이 지났을까..

과장 가스나가 이유도 모를 시비를 걸었다.

업무의 경계선이 확실치 않았던 탓에 '니 일. 내 일' 하며 연속으로 폭탄 던지듯 몰아세웠다.

반박하면 동문서답에 우겨대기를 시전 하니 답이 없었다.

화나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고, 소리를 지르며 혀를 차는 모습을 봐 온 터라 더 이상 말 섞지 않았다.

쌍욕을 날리고 싶었지만, 난 상식이 있고 지성인이니까 참았다.

괴롭혀서 쫓아낸 여직원이 거짓말 좀 보태 열이 된다는 것을 진작 알고 있었지만, 저 보잘것없고 무식한 인간 때문에 내 밥줄을 놓칠 순 없었다.


3주쯤 반복되면서 괴롭힘에 탄력을 받았는지 신나게 작두를 타기 시작했다.

이번 숙청은 나인가.

매일 밤 꿈에선 그 가스나한테 못한 말을 내뱉았다. 자다가도 분노에 눈이 번쩍 띄였다.

하.... 내 성질머리도 보통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속으로 꾹꾹 눌러 참았더니, 한쪽 얼굴이 무너지면서 같은 쪽 머리에 통증이 왔다.

종합병원과 한의원 투어가 시작되었다.

한 달의 치료 끝에 결국 그만두고 싶지 않은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써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을 살면서 숱하게 느꼈다.

교육을 들으며 내가 들었던 의문은 '그 상황에 놓여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땐 몰랐다.

답답한 그 상황에 내가 들어가게 될 줄은.


하지만 문제는 내가 아니지.

넌 어때

행복하지는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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