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둔다는 것

언젠가 아프게 놓아주는 일까지 포함한다.

by 김현정

누군가와 함께 지내다 보면,

좋아하든 싫어하든 어느새 마음 한 귀퉁이가

그 사람의 온도를 닮아간다.


집에서 함께하는 강아지와 고양이,

햇볕을 참지 못해 잎을 떨구던 화분,

물결처럼 움직이던 작은 물고기까지—

시간 앞에서 마음은 조용히 스며들어 자리를 만든다.


어떤 때는 물건에도 마음이 가 닿는다.

손때 묻은 컵, 매일 앉던 작은 의자,

말없이 곁을 지켜주던 것들까지도.


몇 해 전, 내가 사랑하던 교회와 집,

그 안에서 나와 함께 나이 들던 물건들을 떠나오던 날—

나는 내 마음도 그곳에 놓고 왔다.


쏟아지는 햇살 아래,

더워서 투정처럼 잎을 늘어뜨리던 화분들을 비워내고,

수없이 손을 거쳤던 물건들을 버리며 돌아설 때

내 마음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 뒤로 오래도록

그곳과 그때를 떠올리면 속이 울렁이고

머릿속이 새하얘져

일부러 기억의 문을 닫아두며 살았다.

그저 눈을 뜨면 몇 년쯤 시간이 지나있기를 바랐다.


그러다 어느새 7년.


어제는 오래 쓰던 휴대폰이 고장 나서

새 기기로 데이터를 옮기는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 또 마음이 울렁거렸다.


사진이 흐려져 AS를 받고 싶었지만

오래돼서 부품이 없다 했고,

나도 이미 새 휴대폰을 사고 싶어 했는데—

막상 그 속에 담긴 시간이

쓸려가듯 새 기기로 옮겨질 때

가볍지 않은 무언가가 가슴에서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더 쓸걸.

조금 불편해도, 조금 느려도.


마음을 둔다는 건

누군가에게도, 무엇에게도

언젠가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인데

나는 여전히 그 이별의 연습이 어렵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 아파하고,

조금 그리워하며,

조금씩 마음을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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