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아프다.

"나는 남편이 없나이다"

by 김현정

화가 많이 나는 날이 있다.
누군가의 말이 조심 없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가

상처가 되어 남아도,
나는 그 자리에서 아프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리고 유난히 누군가가 그리운 날이 있다.
보고 싶고,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머뭇거리다 시간을 흘려보내고,
결국 보지 못한 채
그리움만 마음에 쌓인다.


젊은 날, 성경을 읽다가
요한복음 4장 17절의 한 구절을 보고
마음이 멈췄다.
“나는 남편이 없나이다.”
사마리아 여인의 이 짧은 고백이
이상하리만큼 내 마음에 남았다.
나는 분명 남편이 있었는데,
왜 그 말이 내 마음을 건드렸을까.


나는 결혼이 좋았다.
세상에 오직 한 사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인데도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생긴다는 것.
밥을 먹을 때도, 즐거울 때도,
슬플 때도, 지칠 때도,
어려울 때도 내편이 되어 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그는 내 편이 되지 않았다.
밥을 먹을 때도 외로웠고,
어려울 때도, 슬플 때도,
기쁜 순간에도
나는 늘 혼자였다.


사마리아 여인의 고백이
내 고백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리 바라보아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는 그가
어느 날은 사무치게 그리워
조심스레 말을 건네보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익숙해진 무심함 뿐이었다.
그 한마디에 마음이 '툭'하고 닫혀 버렸다.


남편이 아닌 누군가에게도
나는 선뜻 ‘좋다’고 하지 못한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아프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상대의 무심함이 나를 더 깊이 찌르지 않도록
나 또한 무심해지는 법을 배워갔다.


그런데
아픈 마음은
미워하는 마음은 참아지는데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멈춰지지가 않아
오늘도, 나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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