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함께 걷고 있다.
다리를 다치고 아직 전처럼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달리기를 시작했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걸 좋아하던 내가
이제 한가지 일에만 몰두하면 안되다 보니
한가지 일에 몰두하기가 쉽지 않다.
일하는 날이면 일지를 쓰다가도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세우고
순간순간 빠르게 판단해 대응한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내가 한꺼번에 많은 걸 해치우는 내가 되어
뿌듯했던 날들이 있었다.
나랑 일하면 너무 좋다는 말에 뿌듯함을 느끼면서.
사실 그들은 본인이 해야할 일을 누군가 해줘서 좋고
빨리 해결해줘야 본인이 편하기에 내가 좋다는 말이었는데
나는 그냥 내가 능력이 좋다는 말이겠지 하며 나 자신을 속였다.
내 손이 닿아 누군가 미소를 띄우고
어려운 일이 해결되어 찌뿌린 얼굴이 펴지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렇게 뛰어다니며 일을 해결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줄여나가다 보니
어느새 나의 마음과 몸은 지쳐갔다.
나이가 들어서만은 아니었다.
생각도 마음도 나의 체력도 쓴 만큼
소진되고 있었던 거다.
발목이 아프고 무릎이 욱신거리고,
눈은 침침하고 손목도 시큰거렸다.
왜 이러지, 하며 낙심한 날도 있었다.
이것저것 신경 써봐도 매일 조금씩은 아팠다.
나의 마음도 하나 챙기지 못하면서
나의 몸도 하나 챙겨지지 않았다.
아침, 동이 트지 않아 캄캄한 새벽시간
발목도 아프고 뒷목도 아픈데
그냥 옷을 주섬주섬 입고 공원에 나갔다.
10초 정도 괜히 나왔다 싶다가
아픈 발걸음을 내딪어 천천히 뛰다보니
어느새 잘 나왔다 싶다.
캄캄하고 차가운 새벽바람에 뛰다보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내 숨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아팠던 발목도 뻣뻣했던 뒷목도 괜찮아 진거 같다.
한참 뛰다가 더워져서 모자도 벗고 점퍼도 벗고
그렇게 한참을 뛰었다.
그리고 물구나무 운동기구에 거꾸로 누워
하늘을 보니 캄캄한 하늘이 파란 하늘로 바뀌어
하얀 구름이 떠있는 모습이 꼭 바다 같다.
내가 서있는 곳이 땅인지 하늘인지 여러 감정이 교차하며
아름다운 하늘 위에 작게 보이는 초생달과 멀리 보이는
붉으스름한 해가 가슴뛰게 아름답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벅찬 아름다움이,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늘 내 곁에서 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위로 했다.
다시 조금씩 느껴지는 발목의 통증을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아까와는 다른 내가,
하늘과 함께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