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안하다고 했다

비록 정답이 아닐지라도

by 김현정

글에는 글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쉼표가 있고, 자간이 있고, 행간이 있다.

말도 그렇다.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톤이 있고, 속도가 있고, 기다림이 있다.


누군가와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말의 내용보다 그 사람의 마음이 먼저 보일 때가 많다。


화가 난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말투,

기억이 흐릿한 상황을 ‘당신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말들,

상대방의 이야기는 들을 생각 없이

자신의 이야기만 쏟아내는 사람들.


그런 순간마다 나는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곤 한다.


정말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

‘미안하다’고 하면 상황이 부드럽게 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

혹은 그 말 한마디면 상대의 마음이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통화를 끝내고 나면

억울한 마음이 비집고 나와

“그때는 단호하게 말할 걸,

내가 맞다고 말할 걸…”

하며 한숨을 내쉰다.


친절하면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진심은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지,

스스로를 달래며 살아간다.


하지만 실제의 삶은,

백번의 미워하는 말이 많고

고맙다는 말은,

내가 미안했다는 말은,

아주 가끔이다.


오늘도 나는 보호자에게

어려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숨을 고른다.


가장 부드러운 톤으로,

가장 따뜻하게

마음을 다해 말을 건넨다.


그리고 나오는 답이

비록 정답이 아닐지라도,


나는 믿는다.

진심으로 전한 말이 언젠가는 마음에 닿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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