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간 자리

나를 다독인다.

by 김현정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이, 아주 빨리 흘러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일곱 살에 학교에 들어간 나는

늘 작은 아이였다.

체구도 작았고 생각도 작았던 나는

또래보다 작은 내가 싫었다.


매일 공부해야 하는 시간도

공부한 걸 확인하는 시험도

너무 힘들게만 느껴져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오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

내게도 흘러 흘러

나는 이제

어디서나 뭔가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서 있다.


그렇게 흘러가지 않던 시간도

이제는 너무 빨리 흘러,

바쁜 시간에 쫓기다 보면

소중한 시간은

저만치 먼저 흘러가 있다.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몰아치는 많은 일정을

해치우고 또 해치우고 나니

나는 어느새

한 해의 끝에 서 있다.


작년의 이 시간도

나는 이렇게 지나왔겠지

오늘처럼

그냥 하루를 건너왔겠지.


너무 소중한 시간들을

원망하느라

미워하느라

다 보내버린 것 같아

나는 오늘도 자책한다.


더 많이 이해해야지
더 많이 사랑해야지
더 많이 기다려야지


그 말들을
오늘의 끝에 놓아두고
나는 나를 다독인다.


흘러간 시간은 돌아보지 않고
지나온 나만 잠시 돌아본다.


그리고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
내일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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