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자리에서 다시 나를 만나다
며칠 전 비오는 날 달리기를 했다.
마지막 바퀴를 돌며 옆을 바라보다가 순간 몸이 앞으로 쏠리며 발목을 삐끗했다. ‘우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눈물이 찔끔 났지만 꾹 참고 절뚝이며 집으로 돌아왔다.
발목은 금세 부풀어 올랐다.
예전에 몇 번 발을 헛디뎌 다친 적이 있어서, 그때의 기억이 나며 식은땀이 났다. 나는 부은 발목을 붙잡고,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탓했다. 비 오는 날 굳이 달리겠다고 나선 내가, 앞도 보지 않고 운동기구 쪽을 힐끗거린 내가 —
참 어리석게 느껴졌다.
그렇게 발목을 움켜쥔 채, 오랜만에 기도를 했다.
“주님, 발목이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바로 낫게 해주시면 안 돼요?저는 벼랑 끝에 매달려 살고 있는데, 다리까지 다치면 어떡해요. 불쌍하지도 않으세요? 붓기도 빠지고 염증도 사라지게 해주세요.” 이렇게 억지를 부리듯 기도하다가 문득 웃음이 났다. 내가 주님이라도 어처구니
없었을 것 같았다.
나의 기도는 늘 이렇다.
너무 아파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면 그 이야기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니기에 말하고 나면 허무하다.
그리고 결국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호응하고 나는 감춘다.
어떤 누구에게도 진짜 내마음을 말할 수 없기에
기도는 나에게 피난처가 된다.
한 달 전, 장기요양기관 평가가 있었다.
사회복지사로 5년을 일하고 영혼까지 소진된 채 요양원을 떠났지만, 먹고살기 위해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시설장이란 이름으로.
일은 몇 배로 많았고, 책임도 무거웠다.
면역력이 바닥나 두 달에 한 번씩 대상포진이 찾아왔고,
평가 전에도 어김없이 그 고통이 찾아왔다. 약을 먹으며 버텼고, 평가가 끝났을 땐 몸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건강검진에는 빨간불이 들어왔고, 혈압은 고혈압 수치였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아침저녁으로 30분씩 달리기 시작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달리는 동안만큼은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그 시간만큼은 마음이 비워졌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걷지도 못하게 되니 절망스러운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매일 읽던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글씨는 흐릿하게 번져 보였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 질문이 오늘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발목을 붙잡고 앉아 있는 이 시간,
몸이 멈추니 마음이 말을 걸어온다.
조용히, 아주 천천히.
그리고 덤덤하게 하루의 일상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