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언제부터 무덤덤해졌을까
이마가 넓은 나는
대학 때 별명이 마빡이었다.
선배들이 “마빡~” 하고 부르면
나는 재밌어서 쿡쿡 웃었다.
그러면 그 웃음소리가 더 웃기다며
선배들은 내 웃음을 따라 했다.
나는 참, 잘 웃는 사람이었다.
작은 이야기에도
실없는 농담에도
쉽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눈으로, 표정으로 웃던 습관 때문인지
지금 내 눈가에는
주름이 한가득이다.
그 주름이 싫어서
서른의 나는 보톡스를 맞으러 다녔다.
그러다 어느 날
웃고 싶어도 웃을 수 없게 되었을 때,
나는 알게 되었다.
웃지 못하는 얼굴은
생각보다 훨씬 쓸쓸하다는 걸.
그날 이후
보톡스를 포기하고
주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전처럼
쿡쿡 웃을 일은 줄어들었고
세상의 많은 일에
조금씩 무덤덤해졌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입이 함박만큼 벌어지던 소녀도,
비 오는 날
아랫목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소녀도,
쏟아질 듯한 별을 보며
소원을 빌던 소녀도
이제는
내 안에서 조용히 사라진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한다.
나는 언제부터
작은 일에 감사하고
사소한 것에 감탄하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