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인사를 했더라면

— 스쳐 지나간 관계들에 대하여

by 김현정

한결 따뜻해진 바람결에

괜히 기분 좋은 미소가 번진다.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제도 보고, 오늘도 또 마주친 얼굴들이 있다.


자주 보는 사람이지만

인사를 건넬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서

괜히 시선을 피한 채 스쳐 지나간다.


외국에 나가보면

사람들은 낯선 이에게도 쉽게 인사를 건넨다.

나는 그 짧은 한마디가 늘 어렵다.


예전에 매일 산을 오르던 때가 있었다.

그곳에서도 늘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었고

어느 날, 용기를 내어 인사를 건넸다.


그날 이후

우리는 이름도 모른 채

서로를 반갑게 알아보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산을 가지 않게 되자

그들의 삶은 금세 내 세계에서 사라졌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도

언젠가 내가 다른 길로 향하게 되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람들이겠지.


우리가 맺는 관계의 대부분은

그렇게 스쳐 지나간다.


잠시 같은 시간 위에 올라탔다가

조용히 내려버리는 동행처럼.


문득 생각한다.

그때 인사를 건넸더라면

지금의 하루는 조금 덜 비어 있었을까.


주변을 돌아보니

친구도, 동료도, 이웃도

손에 잡히지 않는 것 같아

이상하게 마음이 허전하다.


어쩌면 나는,

관계가 아니라

순간들만 모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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