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피어 있는 마음
겨울인가 싶었는데 따뜻한 날이 있다.
봄인가 싶었는데 유난히 추운 날이 있다.
다른 해보다 따뜻했던 겨울을 보내고
봄인가 싶어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감기에 걸렸다.
며칠 찐하게 아프고 나서 거리에 나오니
하얀 목련꽃이 반긴다.
목련꽃 필 무렵이 되면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들은
좋아하는 선생님의 교탁 위에
예쁜 꽃잎을 하나 가득 흩뿌려 놓는다.
정성껏 모았을 그 꽃잎들은
금세 누렇게 변했지만,
그건 꽃이 아니라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그 마음을 알았기에
환하게 웃어주었다.
목련꽃을 바라보면
그때의 작고도 순한 마음이 되살아난다.
꽃바람에 실려온 기억들이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스며들 때
나는 잠시 10대의 소녀가 된다.
마음의 주름도, 얼굴에 새겨진 시간도
그 시절의 나를 이기지 못한다.
그 시절의 나는
아직도 내 안에 먼저 피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