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권태가 위태롭제

수필: 하루하루가 같아지는 권태로움

by 후드 입은 코끼리

내 마음대로 사는 세상이 좋다. 내 마음대로 뽑아 마시는 커피도 그 맛이 꽤 깊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삶을 택했다. 글을 내 뜻대로 쓰되, 조선의 선비처럼 채통을 지키며 살기로 했다. 책 속에 파묻히니 새로운 세상이 보였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계속해서 시작되는 영화와 드라마, 자극이 없는 이 삶 속에서 짧은 가요를 들으면 머리가 울릴 정도로 충분한 옥시토신만으로 살아가고 있다.


권태. 이상이 말했던, 방 안에서 뒹굴던 지식인을 그린 그 책. 책장에 나 있는 나무 조각 사이의 수지선을 하나하나 세며 하루의 공기를 들이쉬고 내쉬면서 방 안에 갇혀 미쳐가는 느낌을 그려냈는데, 왠지 모르게 이제 나도 그런 상태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운동을 나가지 않으니 더욱 그런 기분이 든다.


억지로 읽고 있는 책을 던지고, 재미있다고 소문난 영화를 보려 했으나 집중이 되지 않아 결국 잠을 택했다. 꿈속에서 나는 먼 길을 가는 차의 뒷자리에 앉아 새로운 신세계를 탐험하고 있었다. 노란 빛이 가득한 풍경 속에서 코뿔소들을 보며 꿈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다시 잠들어도 반복되는 꿈이었다. 머릿속의 복잡한 사물들이 이리저리 튀어나오는 느낌이 들어, 요즘의 생활로 인해 번아웃이 온 게 아닐까 싶었다.


작은 전시회를 다니고 음악회를 찾아다니며 문화인이 되어가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갈증이 올 줄은 몰랐다. 수많은 지식을 채우려는 강박이 이렇게 금세 실증으로 돌아올 줄이야. 나는 이를 해소할 방법을 하나씩 찾아보기로 했다. 제약을 가지고 글을 쓰고, 영화나 드라마도 제약을 두고 보려 한다. 도파민을 하나씩 천천히 채우며 내 머릿속 인테리어를 완성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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