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글 쓸 때

by 후드 입은 코끼리

나는 글을 쓸 때, 방법이 독특하지 않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쓴 다음에 퇴고를 하면서 정리하는 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하다 보면 결국 종착지에 도달하게 되는 글들이 많았다. 그러나 어제 글쓰기 모임에 갔을 때, 글을 한 번 더 퇴고하기 전에 계속 고민하며 쓰는 버릇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글은 결국 나의 거울이나 마찬가지이다. 내가 글을 술술 내려쓰다 보면, 결국 사람이 읽는 내내 혼란스러울 수도 있고, 나의 덤벙거림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 흠칫 놀랐다. 그래서 나의 글에 깊이와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서 이제는 좀 더 글을 찬찬히 뜯어고치고 씹다가 뱉어보며 분석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와인 자국이 가득 묻어 있는 글이 푹 절여졌을 때, 숙성되어 글의 농도가 달라진다. 나는 그런 글들을 꽤 좋아한다. 단순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글보다 그런 글을 더 선호한다. 읽다 보면 깔깔거리며 읽게 되는 글도 있긴 하다. 그런 글의 특징은 그저 써내려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나는 글을 써내려가고 싶다. 그런데 그 글이 어차피 남들에게 보여질 것이라면 그런 글들을 지양하고 이제는 나만의 문체로 숙성시키고 싶다. 다양한 표현과 미사여구가 합쳐진 글이라고 하기에는 화려해 보여 눈부시게 꾸미는 것도 아니다. 그냥 글 안에서 내 안을 찾는 여정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면 될까?


글이 결국 단백질이 가득 차서 빵빵하게 보이되, 미네랄과 함께 섞여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곁들임 없이 그 자체로 요리가 된 글을 만들어 뜨끈하게 대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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