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같은소설: 차가운데 정겨운 동네
10년 전부터 재개발되어 이 동네는 새로 생긴 건물들과 깔끔함을 자랑한다. 낙후된 시설 하나 없이 신선한 스타벅스 건물들이 하나씩 들어서 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이상하게 노인 한 명 보이지 않고, 모두 젊고 신선한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뿐이다. 학부모와 아이들로 이루어진 이곳은 젊고 밝다. 그래서 사람들은 배타적으로 이 공간을 신성시하는 느낌이다. 이곳만의 커뮤니티가 확실하게 있고, 타지역 사람들에게는 무례하게 대한다. 그래서 가끔 외부인인 내가 이곳에 오는 것이 두렵다.
사실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이곳에서 분양받아 산 지 5년이 지났다. 그는 이곳 사람들처럼 슬림한 바지와 세련된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무엇보다 그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탄천을 매일 뛴다. 그래서 건강해 보이고 탄탄해 보인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나는 출렁이는 아랫배를 잡아본다. 숨을 한 번 안에 넣어보며 하이힐을 신은 듯 또박또박 걸어본다. 그래도 이방인인 내가 티가 난다.
나는 워낙 자유로운 사람이라 내가 원하는 옷과 색깔을 입는 것을 좋아한다. 이곳 사람들과 너무 다르다. 빨간 재킷, 초록색 바지, 무엇보다 젠틀몬스터 선글라스를 쓰고 질끈 묶은 똥머리를 하고 이 거리를 누빈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나를 보고 화들짝 놀라지만, 아닌 척하면서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지나간다. 그것이 눈에 띄게 보이는 동네는 이곳이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청담동이나 도곡동에서 그럴 줄 알았는데, 새로운 00동 사거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이곳의 아름다움은 차들에서부터 비롯된다. 차들도 전기차 중 최상위권 차량들이 많다. 모두 코드에 하나씩 연결해 충전 중이다. 오래된 현대차는 하나도 없다. 그래서 차를 끌고 오기도 부담스럽지만, 이곳의 대중교통이 좋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차를 끌고 나온다. 여기서도 내가 이방인임이 드러난다. 차로도, 옷차림으로도.
그렇게 하루를 지내다 보면 어느새 나는 원숭이가 된 기분이 든다. 인간도 아니고, 외국인도 넘어 원숭이가 된 느낌이다. 돈도 제대로 없는 사람이라 취급도 달라지고, 나이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니니 얼마나 보기 싫어하는지 알 것 같다. 예술작품 같은 동네라 그런지 더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나무들은 아직 자라지 않아 앙상하고, 예쁜 낙엽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곳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다.
가끔 이 곳을 지나가면서 나는 차를 돌려서 구경하다가 간다. 이 곳에 속하고 싶은 마음이 큰가보다. 나는 내 좋아하는 스타일을 벗어나더라도 좋으니, 이 곳같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 이 곳은 작은 부촌 마을을 꾸리고 있다. 게다가 환경도 소박하게 아름다워서 아이를 키우기 너무 좋다. 나중에 생길 아이를 생각하면 이 곳에서 살기 마땅해보였다. 그래서 나는 항상 드라이브를 00사거리를 지나가면서 드라이브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옮겨진 내 눈높이와 전체주의에 놀라 다시 내 동네로 돌아간다. 그리고 후진 아파트와 모기가 득실거리는 집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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