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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드 입은 코끼리 Nov 12. 2024

조금이라도 긍정하고 싶은 날

수필

며칠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글 앞에 서 있으면 내 자신이 무척 작아지는데다가 내가 표현할 수 있는 한계점에 다달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는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캐릭터 분석이라도 해보고자 다양한 활동들을 참여했다. 그러다가 부정적인 사고에 휩싸이고 말았다. 결국에는 나는 할 수 없는 인간임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숨이 갑갑하게 쉬어지지 않았다. 나는 과연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이 괴롭히고 있다. 


토요일이었다. 그날 갑작스럽게 하지도 않은 등산에 가서 생고생을 했다. 나는 그날 매봉 정상을 찍고 올라왔는데 가는데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라갔다. 나의 허벅지는 남는 것 같지 않았고 올라가는내내 나는 꿈속에서 오히려 걸어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곧 있으면 꿈에서 깨어나 결국 집에 있을 것이라는 상상 속에 사로 잡혀서 걸어 올라갔다. 그러더니 정상이 어느덧 보였고 그것도 그렇게 뿌듯하지 않았다. 같이 간 일행들은 이미 정상에서 사진 찍고 즐기고 있는지 한참인데 나만 결국 쓰러지듯이 올라갔다. 저질체력에 박살나버리고 우울감에 휩싸였다. 해냈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저 나는 왜 결국 이렇게 잘 하지도 못하는 것들을 시도하는 사람인가? 안해도 될 일들을 사서 고생하는 사람 아닐까 싶은 생각으로 사로 잡혔었다. 그렇게 우울하게 하산했다. 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내려가면서 애써 밝게 이야기했어도 내면 안은 썩어 문들어지는 듯한 낙엽들이 가슴에 쌓였다. 그렇게 나는 그날 저녁에 잠을 자지 못했다. 약을 먹어도 숨쉬기 가빨라지고 결국 호흡명상을 5차례 하면서 진정시켰다. 엄마의 손을 잡으면서 곧 나는 이 세상을 떠날 것 같은 사람마냥 누워있었다. 불효녀였다. 


일요일이 되자 나는 3시를 애타게 기다렸다. 3시가 되면 남자친구가 우리집에 온다는 생각으로 들떠서 조금이라도 환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가 오니까 편안함 마음이 가득 채워져서  차타고 작은 드라이브를 나갈 수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환기하고 걸어나갔다. 남자친구와 조금이라도 환기하면 나아질 줄 알았던 저녁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좋기도 했지만 숨이 다시 가빠지면서 잠에 빠질 것 같은 환각이 벌여졌다. 차에서 엉덩이를 데피면서 이야기해서 그런가? 나의 눈은 솔솔 감기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이야기의 철학을 끝마치지 못한 채 차에서 내렸다. 결국 그날도 졸렸지만 잠이 오지 않는 희한한 경험을 하고 약을 먹어도 쓰러지는 피로가 끝이 나지 않게되자 불안의 끝, 낭떠러지에 서서 혼자 발버둥을 쳤다. 아무도 없이 그냥 희한한 경험으로 울부짖으면서 잠이 오기를 기다렸다. 결국 잠은 끝내 나에게 오지 않아 새벽 4시까지 되도록 슬프게 앉아있었다. 


나는 이번에 패턴을 알아보고자 혼자 글을 쓰면서 깨달은 결과, 나는 사람을 요즘 만나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을 만났을 때는 괜찮은데 생각보다 만나고 난 이후의 타격감이 너무 커서 잠도 안오고 오는 호흡곤란에 고통에 빠져있었다. 그래도 사회적인 동물인데다가 사람을 원체 좋아해서 안 만날 수 가 없다. 그냥 나는 호흡이 가팔라도, 잠이 오지 않더라도 늘 사람을 선택할 것 같다. 그리고 그곳에서 얻는 사람의 아우라를 느끼고 분석하고 공부하다보면은 나의 혼자만의 방안에 갇힐 때 짐승처럼 포효를 한다. 그렇게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죽이고 있음을 알아챘다. 


나는 사람을 만나야 활기를 얻는다고 느꼈는데 그 반대의 상황이 오니까 너무 당혹스러웠다. 이젠 집에 박혀서 은둔형 인간처럼 되어야만 하는건가 싶기도 하면서 말이다. 현대 의학이 발달해도 정신적으로 나의 호르몬이 제때 나오지 않는 불안한 인간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나에게 휴식다운 휴식을 해도 낫지 않으니 차라리 각박한 도시를 나와 지방에서 살아야할지도 의문이 든다. 어떤 것이 나에게 맞을지조차 모르겠다. 그냥 오늘도 사람을 만나고 반가워할 것이고, 그이를 만나는동안은 사랑에 빠질 것이 분명하며, 결국 나의 마음은 망가질것이다. 

조금이라도 긍정하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써서 나의 고통을 조금 내려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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