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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드 입은 코끼리 Nov 14. 2024

인연만들기 어렵다

수필:친구관계를 접근하는 방법

어릴 적부터 사람은 태어나면 인간관계를 맺는다. 부모로부터 시작된 관계가 확장되어 두 번째로 갖게 되는 인간관계가 친구다. 친구는 누구와 사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첫 친구이기 때문에 따라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 때로는 친구가 싫어서 배척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의 인간관계가 시작되어 인격체가 바뀌고 형성된다.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사람들은 동등한 위치의 친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지만 상처도 받기도 한다. 그 상처는 아물기도 하지만 평생 갈 때도 있다.


나에게는 가장 생각나고 소중히 여겼던  친구가 있었다. 그는 18살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였다. 나는 그 친구에게 동경과 부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먼저 다가가 말을 걸기도 하고, 체육복이나 교과서를 빌리러 가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기가 끝나고 마음이 아쉬워 20살에 다시 연락을 하며 지냈다. 다행히 그 친구는 나를 배척하지 않았고, 우리는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사이로 발전했다. 우리는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사이였고, 그래서 더욱 가까워졌다. 서로 좋은 학교에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슬픔과 상실감으로부터 오는 창피함이 우리를 결속하게 해주었다. 우리는 다른 대학교를 다녔지만, 하교 후 종착지인 강남역에 모여 저녁을 함께 먹으며 하루를 나누었다. 마치 부부처럼 말이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를 만나 너무나 행복했고, 남자친구도 필요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아마 그 시기에 그 친구가 내 모든 인간관계였던 것 같다.


너무 좋아해서였을까? 우리는 서로 다른 학교로 편입하면서 서서히 멀어졌고, 다투었다. 너무 서운한 나머지 모든 게시물을 내리고 차단까지 하면서 친구 관계를 끊었다. 내 마음을 몰라줬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당시 친하지 않았던 친구들을 불러 나의 인간관계 상담을 했고, 결국 그 친구와의 화해가 답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초연해지기 시작했다.나는 더이상 매달리지 않는 인간관계를 하게 되었다. 연락에 집착하지 않고 하나의 답변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다른 친구들간의 관계도 넓히려고 애썼다.


그때 깨달은 것은 인간관계가 물처럼 흘러가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 당시에 있을 사람은 있는 것이고, 없을 사람이라면 이렇게 다투고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 이후에 사귄 친구들에게는 예전 친구만큼 매달리지 않았고, 바라지도 않았다. 바랄수록 상처만 깊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은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음을 알았다. 나는 그제서야 노스텔지어에서 사는 이상적인 친구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깨닫고, 인간관계에 더 이상 힘을 쏟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머릿속에서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지만, 마음은 사실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사람을 만나면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고, 무엇보다 친해지고 싶어 말을 걸며 좋은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면 나의 할 일은 다했다는 생각에 행복해한다.


사실 사람이라면 친구가 아예 없을 수는 없다. 친구 덕분에 많은 즐거움과 행복을 얻는다. 내가 참여하는 글쓰기 모임에서도 친구가 생겨 함께 밥을 먹고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그로 인해 확장되는 새로운 시각이 너무 좋았다.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사람을 통해 새로운 렌즈를 장착하게 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친구와의 관계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넓고 얇은 관계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었다. 깊은 관계를 선호하는 중에도 얻은 사실이었다. 


나의 결론은 이렇다. 나는 모임이든 현재의 친구든, 결국 물처럼 흘러 같은 한강에 도착할 수도 있지만, 서로의 안녕을 빌며 비처럼 증발하는 이별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동안만큼은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매진하며 사랑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초연해지고 싶다. 인연을 존중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결국 나와 인연이 맺어진 사람들을 가까이 하되, 결국 그 사람도 사람이기에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관계도 인정하고, 친구와의 이별 또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을 덕목으로 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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