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고통에 허우적거리며
반 고흐의 일생은 암담했다. 그는 살아생전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했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무리했다. 그의 작품들은 훗날 영광을 받아 후기 인상주의의 대표작이 되었고, 이제는 그의 작품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그의 예술을 배우고 있다. 고흐의 작품에는 쓸쓸함이 담겨 있지만, 그의 요동치는 걱정과 흔들리는 인생사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이런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그를 위로하고, 천재성을 인정하면서도 연민을 느끼며, 고흐를 시대의 불운한 아이콘이라 부르기도 한다.
고흐는 단짝 친구 고갱이 떠난 후 더더욱 불완전한 삶을 살며,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그러나 그림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결국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완성했다. 말년에 그린 이 그림은 그의 정신적 분열을 함께 보여주며,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붓질 하나하나에 담겨 있다. 사람들이 이 그림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 없이 고흐의 고통을 온전히 느끼며 감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사진을 찍기 위해 보는 것이 아니라, 그의 고통과 마음을 함께 느끼고 이해하며 다음 작품으로 이어나가길 바란다.
내 글도 그랬으면 좋겠다. 물론 반 고흐처럼 살아생전 인정받지 못하다가 훗날 인정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나의 불안정한 마음과 흔들리는 자아를 바로잡지 못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멀쩡하지 않은 상태다. 아토피가 얼굴까지 올라와 두 눈은 짝짝이로 되어 있고, 벌겋게 부어올라 쌍꺼풀이 몇 개나 생겼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목은 전체적으로 붉게 부어 할머니처럼 주름이 져 있고, 간지러움에 가만히 있지 못해 계속 긁는다. 몸은 전반적으로 건조하고 간지러우며, 두피도 마찬가지라 좋은 샴푸를 쓰고 영양제를 챙겨 먹어도 결국 아토피가 팔뚝을 덮고 있다. 얼굴도 상해 있다.
설상가상으로 공황장애로 인해 자주 외출하지 못하고, 밖에 나가도 숨이 덜컥 막힐 때면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공포가 찾아온다. 심장은 조여 오고 아프다. 집에서도 숨 쉬기 어려울 정도의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런 나날들 속에서 글에 대한 주제를 정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내 아픔을 나누는 것도 나의 진정성을 보이는 일이라고 느꼈다. 나는 이렇게 막돼먹은 인간이다. 생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끄적이는 글들로 사랑받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 과연 내가 작가로서 자질이 있을까? 어떤 도움을 받아야 깊고 뛰어난 사고를 통해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면, 머리속에 비듬이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컴퓨터 앞에 놓인 수십 개의 카메라를 보며 어떤 기록, 어떤 현상, 어떤 사람의 군상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오늘도 컴퓨터를 켜서 수필을 적어본다. 오늘의 일기처럼. 내 실체를 드러내고, 내 안의 파멸이 보일 때까지, 고통과 죽음이 밀려드는 순간까지도 나는 글을 쓰고 싶다. 마치 미치광이 고흐처럼.
고흐와 내가 닮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의 천재성을 물려받아 그림의 화폭에 울렁거리듯이 자신을 표현해냈다면 나 역시 그렇게 인상주의적인 글을 써서 해체되지 않는 글을 쓰고 싶다. 현대작품의 난해함을 버리고 나만의 실질적인 만질 수 있는 글을 써내려가고 싶다. 어린 아이도 쉽게 다가가서 우울함을 접해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