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중독 08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드 입은 코끼리 Nov 28. 2024

총상을 맞고 1편

소설

나는 겨우 덤프트럭에 앉아 과호흡을 진정시키느라 힘들었다. 애릭은 나에게 진정하라며 진통제를 건넸다. 에드빌이었다. 믿을 만한 약이라 생각하고 먹었다. 그러나 고통은 사그라지지 않고 계속 울리는 듯 아팠다. 견디기 힘들었다. 조니는 옆에서 과감히 운전하며 빠른 속도를 냈다. 덤프트럭을 따라오는 경찰차는 다행히 없었다. 마치 나를 연행하는 줄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체될수록 나도 현장 수배 대상이 될 것이고, 결국 범죄자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인 선택들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빠져들고 있었다. 나는 총상을 입었으니 병원에 가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보다는 결국 수감자로 살게 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덤프트럭 안에서 수많은 생각이 오갔다. 그러나 살 길이 별로 없다는 건 매한가지였다.

20분쯤 지나자 호흡은 안정됐지만,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래도 지혈이 되고 있었기에 어지러운 느낌은 덜했다. 두 형제는 나를 위해 빠른 속도로 고속도로에 진입해 누구보다 신속히 운전했다. 제한속도를 간당간당 넘기지 않으면서 몇몇 차량을 제치며 달렸다. 사실 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오늘 있었던 해프닝을 무시 못하는 상황 때문이기도 했다. 결국 마약상으로 찍혔고, 경찰차를 들이받았으니 덤프트럭 앞면의 오른쪽 헤드라이트는 흉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시간이 더 지체되면 덤프트럭 안에 있는 모두가 검거되는 건 순식간일 터였다. 긴장감이 흐르는 순간, 모두 침묵을 지키며 절제된 상태로 집을 향해 갔다.

어느새 고속도로를 지나며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유는 고속도로에 찍히는 카메라가 없고, 갑작스러운 검문에 걸릴 가능성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당분간 이 트럭을 사용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릭은 긴장을 놓지 않고 두리번거리며 내 상처를 돌봐주었다. 그는 피가 철철 흐르는 종아리를 아래로 향하면 지혈 속도가 늦어진다며, 조수석 쪽으로 다리를 뻗게 해 주었다. 여분의 티셔츠를 꺼내 내 다리를 다시 묶어 주며 간단한 치료를 해주겠으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다. 그의 말만으로도 나는 목숨을 건졌다는 점에 감사했고, 오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길 바랐다.

어느새 직사각형 모양의 집에 도착했다. 애릭이 먼저 내려 내 어깨에 팔을 얹고 힘을 주며 함께 걸었다. 다행히 어둑한 시간에 도착해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지아레가 나를 반기며 내 상처를 보고 어깨를 동무하며 집 안으로 데려갔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알코올로 소독했는데, 너무 따갑고 아파서 괴성을 질렀다.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이 뚝뚝 흘렀다. 지아레는 핀셋으로 총알을 찾아 빼냈다. 총알은 상당히 작았다. 일부러 경상만 내기 위해 만든 것이었기에 집에서 직접 뽑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상처가 깊게 패여 안쪽 살까지 보였다는 점이었다. 꿰매야 할 정도였지만, 이곳에는 그런 기술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다만 갈라진 길이가 짧아 지혈만 잘하면, 밴드를 붙이고 쉬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지아레는 내 상처를 보고 임무를 완수했다는 듯 나를 격려했다. 총상을 입고 돌아오는 것이 당연했을 수도 있다며 안심시키려는 듯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은 나를 총알받이로 이용했다는 느낌을 줬다. 그들은 가끔 이렇게 빼돌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사람을 이용하곤 했다. 나는 부분적으로 동의했지만, 나의 안전과 치료는 적극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고 당당히 요구했다. 조니는 끄덕이며 지난번에 나를 몰아넣었던 방에 필요한 것들을 채워줄 테니 푹 쉬라고 했다. 덤프트럭만 없애면 증거인멸이 가능할 것이라며 세 형제는 짝짝꿍을 맞추고 행복해하며 저녁을 근사하게 차렸다.
소울푸드 위주였지만 정말 맛있었다. 닭다리살과 콘브레드로 저녁을 먹고 나니 식곤증이 몰려왔다. 오늘 하루는 험난하고 고통스러웠기에 졸음이 자연스레 찾아왔다. 에드빌을 계속 먹으며 고통을 줄여나갔지만,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어서 다리를 올리고 자야만 했다. 침대에 구부정하게 누운 뒤 의자를 받쳐 다리를 올리고 슬며시 잠에 들었다.

수, 목, 금 연재
이전 07화 마약밀매 3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