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창작을 시작할 때 무한한 소재들이 내 눈앞에 그려졌다. 특히 범죄 스릴러 같은 장르에 매료되어 관련된 서적을 뒤적거리기도 했다. 동시에 휴먼 드라마를 그리고 싶었다. 가장 사람다운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글을 쓰다 보면 글이 완벽하게 다듬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글은 머릿속에 그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했고, 정교한 시계 톱니바퀴와 비슷했다. 얽혀 있지만 서로 자신의 역할을 매우 충실히 수행하는. 그런데 뭐 하나 빠지거나 더해지면 오히려 이상하게 움직이며 고장 나는 시계와 같았다. 시계가 그렇다 하더라도, 세계관이 삐걱거리면 글에서 이상하게 몰입이 되지 않는다. 글에 대한 디테일이 부족할수록 사람들에게 납득될 만한 글이 되지 않아 엉겨 붙어버린 설탕 실타래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창의력은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글을 읽었다. 창의력은 계속 길러내고 이어지지 않는 두 가지를 연결하려는 시도에서 나타나는 결과물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창의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 창의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 자신이 하는 행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예술이 되느냐, 아니면 그저 허접한 쓰레기가 되느냐가 갈린다. 그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가 반드시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창의적인 글을 쓰게 되면 결국 내가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만, 남들이 읽었을 때도 이해하며 내가 펼쳐낸 장관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잭슨 폴록의 그림들을 일반인이 보았을 때 단순히 흩뿌려진 페인트로 여길지라도, 그것을 기획하고 사고한 그의 의미 부여 덕분에 지금까지 칭송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창의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각종 미디어에서 얻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며 속으로 감상평을 작성하거나, 영화 속 내용을 토대로 책을 찾아 읽고, 문구를 이어 고전 시대와 엮어 보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둘씩 연결하다 보면 궁금증이 폭발하여 그 시대에 대한 책을 찾아보게 된다. 시대상을 기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며 자료를 찾다 보니 글이 하나둘씩 풍부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사람이 기억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탐색하고 공부하며, 무엇보다 연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계속해서 새로운 시계 톱니바퀴를 만들어내야 한다. 하나를 만들었다고 만족하지 말고, 그것이 얽히고설킬 수 있는 수많은 작은 톱니까지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똑같이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첨벙대다 보니 옆에 있는 친구들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함께 첨벙거리며 헐떡이고 있었다. 서로 손을 잡아 안심시키기는커녕, 각자 자신의 힘으로 이겨내려고 애쓰는 병자들의 모습이었다. 사회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에서도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지위를 가진 채 또 헐떡이며 일자리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안정적인 것 외에는 좋은 점 하나 없는 자리에 앉게 되니, 자유부인이 되고 싶은 마음에 날아갈 생각으로만 가득 차게 되었다. 날아오르고 싶은 사람을 보니 몇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자신이 새인지도 모르고 계속 물속에서 허둥지둥 물방울만 치고 있으니, 세상이 얼마나 많은 안타까운 인재들을 잃고 사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