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정
간이 침대에서 일어나니까 다시 밀려들어오는 냄새가 났다. 썩은 내. 계란 썩은 내와 토냄새가 났다. 으악. 내 머리카락에서도 또 베어서 일어나서 오늘은 다쳤더라도 내 두손두발로 이 침구를 빨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더 이상 이 침구를 빨지 않으면 그냥 새로 사거나 해야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어떻게 나는 지난 밤에 잠이 들었는가. 정말 아팠으니까 아무 내색하지 않고 잤던 모양새였다. 오늘은 일어나니까 책상 위에 물잔이랑 에드빌병이 놓여져 있었다.
"8시간 지나있으면 에드빌 다시 복용해도 된다."
라고 써 있는 메모지와 함께 있었다. 당연히 고통이 쏠려왔다. 왼다리가 절뚝거렸는데 어떻게든 일어나서 물을 마셨다. 간밤에 목이 말랐는지 계속해서 물을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에는 문을 따고 부엌까지 걸어나가야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시트는 내 피로도 범벅이긴 했다. 피가 스며들어 있는 하얀색이어야 하는 시트. 이젠 회색에 냄새나는 피까지 묻은 시트를 더 이상 보기 싫었다. 간신히 책상을 짚고 문 앞까지 발을 질질 끌며 갔다. 문을 열자마자 지아레가 있었다.
"일어났어? 에어?"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나 저 시트 빨아도 될까?"
"응. 오늘 내가 해줄게. 세탁기에 넣고 돌린 다음에 널면 되자나.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하고 시트를 바로 들고 나갔다. 나는 더 이상의 말을 하지 못했다. 나의 갈증을. 그래서 다시 발을 끌면서 부엌으로 가고 있었다. 통로가 오늘따라 멀어보였다. 갈수록 종아리의 힘줄이 끊어질듯한 느낌이 들었다. 간당거리는 고통을 참아가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칸이 뒤에서 나타났다.
"누나. 혹시 뭐가 필요해? 나한테 말해. 여기 앉아."
그리고 복도에서 나를 앉혔다. 나는 후 하면서 힘들게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칸 나에게 물 한 컵만 줄 수 있어?"
그러자 부엌에서 그 말을 들은 지아레 어머니가 대답했다.
"바비. 그만 들어가서 쉬거라. 오늘은 통증이 더 심할테니까. 물이랑 밥을 탁자에다가 놓아줄테니 그냥 들어가서 쉬어"
칸은 방긋 웃었다.
"엄마가 해준대."
나는 칸의 머릿결을 만지면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나는 이 식구가 된 것처럼 포근하고 따뜻함을 느꼈다.
이 가족은 끈끈한 정이 있었다. 나의 가족에게도 없었고 나의 친구들한테도 없었던 것이었다. 나의 아픔을 다 같이 느껴주는 사람들이었다. 조니가 들어왔다. 조니는 어제와 같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옷에는 그을름이 있었다. 그리고 밤을 새고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조니의 눈이 피곤으로 덮여있었다. 게다가 손에는 기름이 잔뜩 묻어있었다.
"바비 일어났네. 아픈데 쉬어야지 여기까지 기어올라왔네. 내가 안아줄게."
조니가 나를 번쩍 들고 시트 없는 침대로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뒤따라오는 지아레 어머니가 탁자하나를 들고 왔다.
"바비. 너는 적어도 3일은 쉬어야 다리가 아물어. 가벼운 총상인 건 알지만 그래도 총상이야. 이건 나으려면 시간이 걸려. 내가 간호사여서 그나마 알아"
그리고 밖을 다시 나가셨다. 곧 물병이랑 스크램블 에그와 토스트를 들고 왔다.
"너 덕분에 어제 우리 가족이 살았다. 고마움의 표시니 걱정하지말고 쉬고 가거라. 너의 목적지가 있다고 들었다. 그러니 우리도 너를 저버리지 않을게."
나는 그들의 말에 감동해서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졌다. 나는 어머니께 감사함을 전했다. 조니는 옆에서 흐뭇하게 웃었다.
"아 바비. 아니 에어. 우리 그 트럭 이제 버렸으니까 걱정하지말고. 시트 없으니까 추울테니, 이불 하나 여분으로 갔다줄게. 그걸로 덮고 있어."
나는 허겁지겁 물을 마시고 끄덕였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잠을 자야 고통이 사그라질 것 같았다. 조니가 나가자마자 지아레가 들어왔다.
"일어났군 에어."
나의 침대 옆에 앉았다.
"에어 너 덕분에 우리가 마약사범인 거를 가릴 수 있었어. 앞으로 조금 더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어. 새로운 트럭을 며칠안에 구할 것이고 우리는 경찰의 눈에 피할 수 있게 되었어. 이제 앞으로 백인 금발만 찾을테니까. 나보다도. 너가 나으면 이제 오클라호마로 대려다주거나 버스정류장까지 대려다줄 예정이야. 그러니 걱정하지말고 쉬도록 해."
그런 것이었다. 나는 미끼였던 것이었다. 폭탄같은 장어 미끼. 그런 미끼가 제대로 일을 해냈으니 이들이 나에게 화답을 크게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시큰둥하게 쳐다본 어머니까지도 말이다. 나는 책상 위에 붙여 있는 텍사스 지도를 다시 보았다. 오스틴의 하부와 조지타운의 할렘가 그리고 중심가는 동그라미로 쳐져 있었다. 내 덕인지 그들의 마약밀매 판매유통이 넓어져서 좀 더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었다. 이제 일주일에 몇 번이나 가는지는 모르지만 누군가는 가서 마약을 넣어줘도 그렇게 흑인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트럭도 이젠 사용하지 않고 빨간색 벤을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거기에 안전하게 아이들도 실고 다니면서 마약밀매도 하고 작은 로드트립겸용으로 살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 점에서 피식 웃었다. 나는 이제 완전히 현장수배인이 되었는데 이들은 유래없는 탈출구가 되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았다. 마치 내가 구원해준 것 같았다. 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나는 어차피 죽을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인생을 허비해서도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이 오히려 값지게 느껴졌다. 죽음으로부터 멀어졌지만 그래도 좋은 영향을 받고 죽으니 얼마나 좋은가. 나는 이대로 체포되면 바로 자살할 칼날이 필요했다. 그래서 치료 후에 칼날을 사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픔으로 몰려드는 고통으로 쓰러져갔다. 에드빌을 하루에 적어도 4번밖에 먹지 못하니, 나아지는 기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안 먹으면 비명이 나올 정도였다. 먹으면 이제 속으로 울면서 눈물을 흘렸다. 약 먹으려고 할 때마다 칸과 아티카가 들어와서 물을 챙겨줬다. 하루가 다 지나가기 전에 다행히 빨래가 완료가 되어서 지아레가 포근하게 하얀 이불을 덮어주었다. 정말 섬유유연제 냄새가 폴폴 나자 상쾌했다. 왜 조니가 드럽게 생활하는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도 씻지 못해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저녁 때가 되나까 머리가 떡져있었다. 그리고 입에서 냄새가 나는 것도 느껴졌다. 가을이여서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나마 냄새가 가을바람을 타고 나가니까 말이다. 내일은 왼다리를 제외하고는 씻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마 어머니가 도와주지 않을까 싶었다.
저녁시간이 되자, 지아레가 다시 들어왔다.
"바비. 혹시 너 나 만나기 전에 타겟에 들린 적 있어?"
"어 마켓 덤불에 숨어 있었어. 왜?"
"누가 널 실종신고를 했더라. 너 얼굴이 텍사스 뉴스에서 떴어.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나는 생각도 하기 싫었다. 우선은 병상을 치르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았다.
"누가 나를 신고했다고 나와?"
"마지막 목격이 타겟이라고 하는거 보니까. 너를 아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은데? 콕 찝어서 너의 이름이랑 신상이 다 나오더라고. 아버지도 너를 찾는 듯해. 근데 현금이야기가 대다수이긴 하지만....... 그래서 경찰은 아버지가 너를 납치 및 유기를 했다고 생각하나봐. 아버지를 우선적으로 조사 시작했다고 나와."
역시. 아버지다웠다. 나를 절대로 사랑하지 않는 그 사람은 폭력이 우선이었다. 나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만 지고 결국 나는 아버지가 없는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정신은 차렸다. 언른 나을 기세로 몸을 치료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마음도 더더욱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아레. 내 핑크색 가방을 꺼내줄래?"
"응"
그는 순수히 그러겠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의자를 끌고 가서는 서랍장 위에 있는 핑크색 가방을 꺼내주었다. 그리고 그는 나갔다. 나는 가방을 열어서 메모장을 꺼내고 팬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 오늘부터 강인하지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1개월이든 6개월이든 좋으니 시한부 인생으로 생각하자. 그리고 나는 위엄있게 죽어야겠다. 헛되게 죽지 말자." 이렇게 적고 다시 가방 안에 넣어놓았다. 소중하게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