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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

수필같은 소설: 두 친구

by 후드 입은 코끼리

아랑이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빠른 편이긴 하지만 자신은 일찍부터 일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랑은 8살 연상인 남자친구와 만난 지 3년만에 사랑의 결실을 맺기로 결정했다. 남자친구가 나이가 많아서도 결혼을 일찍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도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친구가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고 나를 무척이나 사랑한다는 마음을 연애 초반부터 느꼈기 때문에 시작한 결혼결심이었다. 그래서 청첩장을 만들었다. 대부분은 카카오톡으로 보냈지만 절실한 친구들한테는 직접 만나서 수다떨면서 청첩장을주었다. 그래서 만든 종이 청첩장은 단 10장. 각 남자친구 5장, 아랑이의 5장 이렇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랑은 2달전부터 친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일하면서 결혼준비를 했다.


아랑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중학교 친구인 사라를 만나기로 했다. 한양대학교 근처 호프집에서 술을 잔뜩 취하기로 약속했다. 서로가 가장 믿고 지내는 사이이기 때문에 아랑은 사라한테 못할말 안할말 가리지 않고 말했다. 사라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사랑이 담긴 말들을 하면서 서로의 애정을 표현했다. 물론 안 좋은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기들 모두 극복하면서 둘의 우정은 날로 깊어져만 갔다. 아랑은 먼저 사라보다 도착했다. 아랑은 작은 큐빅 귀걸이를 했다. 이것은 사라와 우정으로 나눠낀 귀걸이이기도 해서 일부로 끼고 온 것도 있었다. 그리고 아랑은 오자마자 사라가 좋아하는 옛날통닭을 시켰다. 그리고 그 사이에 화장품을 꺼내 단정하게 모습을 차리고 있을 때 사라가 도착했다. 사라 또한 아랑과 같은 귀걸이를 하고 왔다. 그러면서 대학원에서부터 지금까지 빼지 않았다며 서로가 서로를 칭찬세례를 부었다. 아랑은 그런 사라가 금쪽같이 좋았다. 사라는 24살 졸업하자마자 한 학기 쉰 다음에 바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사라는 계속해서 자신의 분야를 개척하고 곧 박사학위를 따기 위한 공부도 시작할 것이었다. 사라는 그래서인지 남자를 만날 시간이 없었지만 자신이 개척하고 있는 분야만큼은 야망이 커다랗다. 사라는 자신을 가장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며 날로 갈수록 지혜가 쌓여 박식해져만 갔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꺼내도 사라는 인정머리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말 그래도 세상을 깨쳐서인지 유식하게도 철학적이게도 달변했다.


"오늘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좋다"

"그러게. 아랑아 잘 지냈지? 나도 요새 너무 바빠서 밤 새고 그러고 지냈어."

"그래? 그런 것 치고는 얼굴이 꽤나 고와"

"고마워. 진짜 아닌데. 결혼 진짜 축하해. 이제 2달정도 남은 거지?"

"응 나 진짜 얼마 안 남았더라. 이제 결정해야하는 것은 신혼여행지 관련된 숙소정도만 남은 거 같아"

"너가 먼저 고생하더니 가장 꽃길을 먼저 걷네. 정말 오빠가 잘해주셔서 정말 좋다. 너 오빠한테 잘해. 아니다 오빠가 너한테 잘해야한다고 내가 전화 한 번 걸어야겠다."

"하하하하하. 당연하지 오빠가 나 위해서 달도 따주는 사람이야. 반지도 이렇게 귀여운 달 모양으로 세팅했자나"

"오 그러네. 진짜 달모양의 반지다. 너랑 잘 어울려! 너의 성격이랑 너의 가치관과 비슷한 물건인지라 더 값지겠다."

"응 정말 나도 이런 뜻밖의 선물을 받을 줄 몰랐어. 사라야 너도 좋은 일 없어?"

"나야 뭐. 항상 똑같지. 동료들밖에 없어. 그래도 나는 내 연구가 좋아서 상관없어. 아직까지는 외롭다는 생각은 잘 안 들더라고?"

"그러면 됐지. 굳이 빨리 결혼할 필요도 없어. 내가 특이한 케이스인것 뿐이야. 다들 요즘은 30대 중반쯤부터 가더라. 돈 모으고"

"나는 근데 그때 돈을 모았긴 했을까 싶어. 내가 박사가 되면 고작 연구원이 되는 것인데. 그거 하려고 연구를 계속해서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이 분야가 너무 좋아서.....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의 길을 선 것이잖아. 사회적 활동을 내가 동참한다는 것은 결국에는 탄소 발자국 줄이기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좋아."

"너는 정말 너의 신념이 대단하다. 나도 그렇게 공부하고 싶기도 했었는데 사정상 안되가지고 빠른 취업길로 갔잖아"

"그것도 대단한거야. 사회활동. 나는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서 걱정이 들기도 해. 직장이랑 대학원이랑 얼마나 많은 차이가 나는데....... 결국 나는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할까봐에 대한 걱정도 들고. 하지만 언젠가는 길이 또 나타나겠지하는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어. 정말"

"나도 벼랑 끝이긴 해. 지금 대리 달았다고 나를 경멸하는 눈초리들이 많아. 내가 그렇게 일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 노력파라 좇는 것도 한계가 있거든. 항상 회사에서 깨지고 작살나고 그러는 하루가 고달파. 그러다가 오빠 만나면 조금 나아지는 것이고. 그렇게 하루하루 흘러가니까 뭐하는 인생인가 싶기도 해."

"그게 사람 사는 것이야. 결국에는 다 비슷한 굴레로 돌아가고 있는게 너무 서글프기도 하다. 그치"

"화려하지는 않아도 결국에는 나도 한낱의 인간이었어. 정말...... 공부 더 열심히 할걸. 차라리 팔자라도 다시 고치고 싶어. 오빠 만나는 거는 좋은데 나도 내 인생의 스펙타클을 걸어보고 싶다고 해야할까나?"

"하하. 내 인생이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 웃기네. 내 인생도 결국에는 한낱의 학생일뿐 초등학교의 연장선밖에 더 되겠어? 정말 보잘것없어. 오히려 빨리 숙제를 끝내는 것도 좋은 거 같아. 너가 현명한거야."

"그렇게 보인다고 해도...... 나는 이제 얘 낳고 그러면 결국 공부와 작별하겠지? 이젠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냥 서러워"

"에이. 뭘 그렇게 단정해. 너가 결국에 하고 싶으면 하게 되겠지 뭘 걱정하고 있어. 나도 내가 자리나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동상이몽이야. 그냥 술이나 벌컥 마시자"


둘은 술을 꽤나 들이켰다. 맥주가 달았고 시원했다. 그리고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청첩장을 받고 웃으면서 서로의 축복을 나누었다. 결혼의 축복과 연구의 축복으로. 서로가 달라서 갖고 싶은 것이 다른 두 26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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