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오클라호마로 떠나는 에어
나는 아직 절뚝거리지만 그래도 아픈 것은 많이 나았다. 충분한 휴식과 정이 깊은 지아레 가족 덕분이었다. 특히 지아레 어머니가 나를 극진히 살펴주었다. 밤에 와서 한번씩 들려서 잘 자고 있는지도 봐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가족의 정이었다. 나는 그런 정이 갖고 싶어서 세상을 나왔는데 이렇게 사랑스러운 가족의 일원으로 나도 있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계속 있다가는 이 아름다운 가족을 해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에는 피해주는 것이 가장 안전한 상책이었고 최대한 빠른 시일로 잡아야했다. 뉴스에서 애릭이 나를 구출하는 모습이 담긴 cctv가 공개되자마자 나는 그 다음날 출발신호임을 알았다.
나는 책가방을 다시 챙겼다. 거기에 수없는 메모장과 팬, 혹시 모를 옷과 돈 400달러가 들어있었다. 원래같으면 300달러로만 있어야하는데 새면 샐수록 실수가 아님을 알았다. 이 집 사람들이 나를 위해서 100달러를 더 준 것이었다. 감사함에 넘어선 나머지 눈물이 왈칵 넘쳤다. 눈물이 줄줄 흐르는데 카페트 바닥에 계속해서 떨구니까 눈물자국들이 곳곳에 있었다. 내가 걸은 걸음걸이마다 눈물이 바닥을 물들였다. 나는 지아레의 가족들한테 신세를 많이 지었다. 그리고 그 정이 너무나 따스하고 온화해서 이 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마약범을 같이 하더라도 이 곳에 머물고 싶었지만 나는 지명수배가 대대적으로 시작된지라 곧 잡힐 듯 싶었다.
지아레는 내가 단장하는 동안, 그리고 우는 동안, 한 걸음 뒤에서 기다려주었다. 아티카와 칸의 목소리가 아침부터 우렁차게 들렸다. 아침부터 싸움이 났는지 조니가 한 소리한 듯 싶었다. 그러자 두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웃음소리로 바뀌고 다시 새차게 아침을 맞이했다. 내가 조니방에서 준비를 다하고 나가자 지아레가 복도 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로 애릭의 방문 옆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그러면서 끌어안아주었다.
"에어 너는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 너의 여정이 좋게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어."
"신세 많이 졌어. 내가 여기서 많은 사랑을 받고 가."
"무슨 소리야. 너 덕에 우리 가족이 숨 쉴 틈이 생겼는데 다 너 덕 분인거야. 그거 알아줘. 그래서 그래. 오히려 며칠 더 쉬고 갔으면 좋긴 하겠는데......"
하지만 서로 그말 듣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러자 뒤에서 지아레 어머니가 나타나면서 말했다.
"바비 아가야. 아침 먹어라"
나는 아침식사를 하러 가니까 칸과 아티카는 이미 엉망진창으로 아침을 먹고 있었다. 오늘의 아침은 팬케이크였다. 아이들의 접시는 비어져갔다. 스크램블 에그를 먹느라 정신 없어보였다. 지아레 어머니는 아이들이 포크실을 실력있게 하는 것을 내심 뿌듯해보였다. 그래도 우리집은 엄격하게 교육해서 테이블 메너를 가진 때가 3살이었는데 여기 아이들은 아직 음식을 손으로도 먹고 노는 것 보아서는 자유로운 분위기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도 자유로웠다면 가출을 시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집의 문제점이 속속히 보였다. 아무리 마약을 한다는 불법적인 일을 한다지만 그것이 흠이라면 우리집은 허리케인수준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씹었다. 삼켜지지 않는 팬케이크를 먹으면서 슬픔을 씹으려고 노력했다. 조니는 그걸 알아차리자마자 나에게 우유를 건냈다. 조니의 자상한 제스처도 이젠 볼 수 없다는 것. 눈물이 다시 떨어졌다.
"좋은 날이니 울지 말도록 하자. 에어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날이니"
조니가 한 마디 부여잡아줬다. 그러자 나는 꿋꿋이 음식을 입에다가 넣으면서 씹는 것을 반복했다. 먹는 것이 맞는건가 싶을 정도였다. 어느 정도 다 먹은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음식이 절반 이상 남아있었다. 그래도 나는 먹어야했다. 언제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내 느린 속도를 기다려줬다. 조니는 시리얼을 먹었다. 나머지 식구들은 팬케이크와 시럽에 푹 찍어서 먹었다. 어느새 다들 다 먹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조용히 쳐다보는데 마치 나는 그들의 마지막 인사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 있다가 포옹을 하면서 인사할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한 자리에서 같은 기분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뜨거워졌다.
다 먹고 나는 마지막으로 옷 매무새를 단정히 했다. 머리를 잘랐다. 질끈 묶었던 머리를 일부로 단발로 잘라서 나임을 못 알아차리도록 바꾸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써클랜즈도 사서 꼈다. 내 눈동자색은 원래 파란색이었는데 일부로 초록색으로 바꾸게 만들었다. 그리고 모든 옷들을 조니를 통해서 자라에서 샀다. 자라에서 파는 청바지랑 노란색 스웨터를 입었다. 그러니 내 머리와 맞춰서 입은 기분이 들었다. 조금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 펑퍼짐한 청바지핏이여서 상처가 안 보이고 숨통을 틔게 할 수 있었다. 계책이 좋았다. 지아레가 한바퀴 돌라고 해서 일부로 한 바퀴 돌면서 봐달라고 했다. 티가 안나게 이제 걸어다니면 된다. 이제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틱톡을 좋아하는 그런 여자얘처럼 보이기 위해 선글라스도 챙겼으면 좋았을텐데 그것까지 하기에는 예산이 아까워서 못했다.
다들 이제 작별 인사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