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이어지고 있는 불면증

by 후드 입은 코끼리

2025년이다. 이제는 4년 차 불면증러로 살고 있다. 옛날에는, 마치 내가 한창일 때에는 13시간 쭉 잔 적도 있다. 그때는 복인지도 모른 채 잠을 잤다. 꿈나라로 향하면 꿈속에서 유영하듯이 놀다가 현실 감각이 돌아오기까지 10분이 지나가도록 여운이 남아 꿈 일기를 썼다. 그런 날에는 그 꿈이 나의 대작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꼭 책을 읽는 날이 되곤 했다. 재미난 일들이 많았다. 공중부양을 하다가 10년 이상 얼굴 보지도 못한 사람이 나타나서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에 깼다. 그렇게 되면 그날 아침 꼭 그 사람한테 연락을 한다. 갑작스럽게 받는 연락이겠지만, 나는 어제처럼 생생히 보았기 때문에 반가움을 그치지 못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 꿈에서 느꼈던 감각과 다르게 흘러간다. 결국 즐거움은 하나도 없고, 무심하게 그 사람의 진실성을 봐버리고 만다. 그리고 나는 땅이 꺼지도록 한숨 쉬면서 빠른 귀가를 택한다.

그랬던 내가 이젠 잠을 자지 못하고 밤에 딴짓하다가 잠에 든다. 유명한 영양제를 듬뿍 들이부어도 잠은 오지 않아 결국 정신과에 들렀다. 정신과에 다닌 지는 어언 3년 된 것 같다. 거기서 주는 신경안정제의 양이 계속 늘어났다.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늘다니 문제다. 엄마가 주는 멜라토닌도 소용없다. 마그네슘? 풋, 웃기기만 하다. 나는 그렇게 신경안정제들 사이에서 놀아나다 보면 꿈속에 유영하게 된다. 그 꿈에 들어가면 얼마나 반가운지...... 그동안 알지 못한 잃어버린 친가족을 만난 기분이 든다. 그렇게 그 꿈에서 또 나는 자유롭게 날다가도 억압받는 이불 속에서 꿈쩍달싹하지 못한 채 얼어붙다가 눈이 갑자기 떠진다. 결국 새벽 3시에 깬다. 전날 켜놓고 잔 수면 노이즈이자 명상 어플인 '헤드스페이스'에서 나오는 화이트 노이즈가 스며시 들린다. 그러면 현실 감각이 돌아오더니 새벽 가로수빛이 스며시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그렇게 나는 또 잠과의 사투를 벌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휩싸인다. 땀은 온몸에 적셔진 채다. 다시 새로 샤워하고 자기에는 가족 구성원에게 성가신 소음이 될 것이 뻔하니까 잠옷만 갈아입어 본다. 스탠드를 켜고 한숨을 들이킨 다음 헤드스페이스를 킨다. 그리고 명상 자세를 한 채로 눈을 감고 10분간 명상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떨 때는 잠에 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했는데도 다시 내 꿈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면, 이젠 그날 마신 카페인 음료를 체크해 본다. 저녁 시간에 먹었던 차라든지 아메리카노가 나의 수면제를 방해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되짚어보다 보면, 아, 나도 오우라링을 사서 수면 분석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결국 소비로 이어진다. 하. 나는 수면의 질을 변화시키고 싶은 건데, 그걸 알려면 또 돈이 나가야 하는 것인가? 나는 돈이 새어 나갈 수밖에 없는 사람인 건가. 하면서 메모지에 글을 끄적여 본다. 쿠팡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를 반복한다. 챗GPT랑 이야기도 한다. 내가 현명한 소비를 하는 것인지 물어보기 위함이다. 걔는 내가 애플워치가 있으니까 오우라링을 강력 추천한다면서 소비를 부추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오늘내일 반지를 끼고 잠잘 것 같다.

오늘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잠에 어느새 들었다. 부모님도 내가 항상 잠에 뒤척인다는 사실을 아시기 때문에 일부러 나의 방문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아침이 도래했음을 아는 세척기 소리와 고양이의 울음소리 때문에 나는 결국 5시에서 7시 사이에 기상한다. 뜬눈으로 더 자겠다고 발악하면서 이불을 꼭 품고 자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누워 있다 보면 11시가 지나가 있다. 그러면 이제 현실적으로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그날은 망한 날이다. 그래서 요즘은 이 생각을 바꾸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알람을 새벽 5시에 맞추고 그 시간에 깬다. 그리고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사부작거리는 일들을 하나, 두 개 해낸다. 그러다 보면 6시 반이 된다. 그 시간에 나는 다시 졸려지면서 잠에 드는데, 그때 20분 정도 명상하다가 일어나면 딱 7시가 된다. 7시부터 엄마의 집안일을 조금씩 돕기도 하고 일부러 독서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이제는 5시에 일어나면 옷 따뜻하게 챙겨 입고 양재천 산책이나 나가야겠다. 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걷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글 쓰면서 드는 좋은 아이디어!)

두서없이 글을 썼다. 잠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다 보니까 할 말이 많은가 보다. 3년간 있었던 여정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최근에 한의원을 다녀오면서 한방으로 치료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라도 조금씩 나아진다면 나는 다시 예전의 20대 초반의 나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늦잠도 자고 진정한 쉼도 느끼기도 하고 말이다. 더 이상 쓸데없는 데이터를 쌓지 말고 그냥 수면 자체에 퐁당 빠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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