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질환

by 후드 입은 코끼리

발생한 지 약 9년 전. 나의 몸 상태는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신명 나게 간지럽고 아프고 힘들다고 생각했을 때, 결국 육체가 결핍되는 순간이 온다. 그것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몸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질환이었다. 간지럽고 아프고 졸리고 (피곤하고), 결국 모든 일을 중단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었다. 화창한 날씨가 넘치도록 지나갔는데, 나는 이상하게 그날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눈곱이 끼도록 눈을 감고 살아서 눈을 뜰 때마다 간지럽히는 속눈썹들이 붙어서 따갑게 눈알을 쏘아붙인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스테로이드를 먹고 바르고를 연달아 하다 보니 낫지 않는 병으로 일컬어지게 되었다.

나보다 괴롭고 힘든 사람들도 많은 것은 안다. 그 중간 어디쯤에서 나도 살고 있는 것만 같다.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서 조금 모자라게 아픈 사람. 그리고 조금이라도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이 올 것만 같다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포근한 잠옷을 입은 다음에 유산균을 입안에 털어 넣고 잠을 청한다. 하지만 나는 또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젠장. 모든 것이 박자가 맞지 않는다. 장단이 맞지 않으니 몸의 시계는 더욱 불규칙하게 틱틱거린다. 그리고 나는 눈물로 간지러움을 떨구며 속상해한다. 아프다. 그리고 간지럽다. 그리고 졸리다. 이 세 가지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11개월 정도 쉬면 나을 줄 알았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머릿속에서 뒤엉킬 때마다 결국 돋아오르는 ‘난쟁이가 쏘아 올린 공’. 그 공은 아마 일주일 정도는 하늘 위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가만히 중력을 거스른다. 명상을 해도 사그라지지 않는 이 괴로움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마도 또라이 하나가 방망이 하나 들고 와서 공을 터뜨려야만, 즉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기이한 노력을 가해야만 괴로움이 사그라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잊기 위한 시도를 많이 해보았는데, 오히려 잊기 위해서 또 생각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반복되었다. 돌고 돌아 결국에는 나는 아팠다. 그리고 다시 침대 위로 기어들어가 찬 바람이 뱃속으로 들어올까 봐 걱정하며 잠을 청하곤 했다.

자가면역질환. 나의 면역력이 나를 공격하는 체제. 언젠가는 나를 공격하지 않고, 침범되는 문제아들만 공격할 줄 아는 똑똑한 아이들로 변모했으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냥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동반자처럼 같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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