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독극물을 마시고 하루를 걸고 건배

by 후드 입은 코끼리

하루가 시작된다고 했을 때, 가볍게 상쾌하게 햇살을 맞이한 적이 언제였던가. 새벽 4시부터 이불을 움켜쥐고 펼쳤다 접었다를 반복하다 보니, 벽걸이 시계는 5시가 되기 15분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시간이면 잡념이 사라져야 하는데 오히려 머리가 무거워졌다. 그래서 발바닥부터 먼저 마룻바닥에 닿았다. 바닥에 닿자마자 몸은 반사적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머리가 무겁든 말든.

양치하면서 얼굴 상태를 확인한다. 왼쪽 눈은 부어 있고, 벌겋게 충혈된 눈동자. 머리는 헝클어졌지만 만지기도 귀찮다. 다듬어야 하지만 다듬을 필요조차 없었다.

티셔츠 하나를 간신히 꺼내 입고 다시 침대 위에 앉아 한숨을 내쉰다. 눈물이 나오려 하지만 꾹 참고 삼킨다.
꼴깍.
한 번 삼킬 때마다 한숨과 목숨을 함께 삼킨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죽여버린다. 하루는 너무 밝아도, 너무 어두워도 이미 죽어버린 목숨이었다. 미래를 볼 수 없는 하루가 그렇게 사라졌다.

약 앞에 서서 알갱이를 센다. 이미 몇 개인지 알면서도 괜히 하나, 둘, 셋, 넷... 계속 세어본다. 그러다 색이 얼추 맞는 걸 확인하고, 어젯밤 고이 올려둔 스탠리 텀블러로 물을 한 모금 크게 마신다. 목을 뒤로 젖혀 삼키며 개운하게 끝낸다.

이걸 번아웃이라고 부른다지. 회사에서도, 일상에서도 껍데기만 남은 채 살아가는 것. 나를 버리고, 죽이고, 잘게 베어내도 여전히 살아있다. 그래서 더 괴로운 하루다.

나는 오히려 더 일찍 회사에 간다. 머리는 수세미 같고, 얼굴은 세수조차 하지 않았다. 선크림은커녕 피부는 갈라지고 기름기도 다 말라버렸다.

차를 타고 오래 달리다 보면 새벽의 회사. 회사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9시를 위한 업무를 미리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휴게실에 들어가 명상 어플을 튼다. 똑, 똑, 똑. 후우, 후우, 후우. 초침 소리와 숨소리가 겹친다. 그런데 그때마다 가슴 한가운데 돌멩이가 깨지듯 부러진다.

가슴의 고통은 말할 수 없다. 숨 쉴 때마다 심장이 산산조각 난다. 마치 프로메테우스가 독수리에게 간을 내어주는 것처럼, 나는 초마다 심장을 부서뜨린다. 조각난 심장이 긴장을 불러오고, 몸은 계속 긴장 상태로 유지된다.

긴장이 쌓이고 독이 오른 몸은 벌겋게 달아오른다. 오늘도 마주할 사람들을 어떻게 웃으면서 대해야 할까. 내겐 이미 하루가 삼켜진 지 오래인데. 내겐 이제 일상조차 존재하지 않는데.

눈물이 나오지도 않는다.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웃지도 않고 무표정으로 모니터 앞에 앉아 있으면 시간이 엉금엉금 기어간다. 그 시간이 너무 괴롭게 흘러간다. 사람들도 내 눈치를 보고, 나도 그들의 눈치를 보며 서로 치이다가 지친다. 6시가 되면 모두 허겁지겁 짐을 챙기고 사라진다.

나는 내 눈에도 바보다. 바보천치.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바보. 그렇게 집에 가면, 씻지도 못한 채 침대에 더럽게 쓰러져 잔다. 하지만 그건 평온한 잠이 아니다. 숨결에 갇힌 죽음 같은 잠. 그렇게 죽어가다 보면 어느새 종착점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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