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깍여서 산이 되었을 적에

by 후드 입은 코끼리

교통사고 난 이후로 모든 곳이 아프다. 심장은 마굿간에 있는 말이 점잖게 앉아 있어본 적 없는 것마냥 뛰어다닌다. 그냥 팔딱팔딱 뛰는데 그것이 나중에는 시큼하게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다. 강릉으로 넘어가서 놀고 싶은데 앉아 있을 힘이 없어서.... 내가 손 하나 까딱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이불 안에 있어야한다. 병원도 간신히 간다. 병원에 가면 간호사 언니들의 얼굴을 매일 봐서 그 분들이 내 얼굴을 외웠을 것이다. 그들은 출근하는데 나도 출근하는 것마냥 같이 다닌다. 나는 창피함을 무릎쓰고 물리치료실과 진찰실을 들락날락 거린다. 적어도 내 자신을 케어하겠다는 심념 하나로, 나를 살리겠다는 엄마의 마음으로 내 몸을 살려본다. 몸에 모세혈관이 가느다랗게 이어지는데 심장 한 가운데에서 폭격맞아, 이젠 모세혈관들 틈틈이 터져버리고 말은 상태이다. 죽은 몸을 이끌고 파랗게 질려버린 영혼이 가출해나갔는데 꾸역꾸역 샌달을 신는다. 전기충격에 뇌속의 전파들이 따끔하게, 찌릿하게 몸이 저린다.


허리가 꺽여서 산이 된 곱추가 생각난다. 노트르담의 곱추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이젠 내 이야기나 다름없다. 몰골이 흉하고 얼굴에 곰팡이가 피었는데도 허름한 찢어진 옷을 걸쳐 입고 병원에 나가서 나의 악취를 풍긴다. 우울함을 모든 구멍으로 외치는 것 같다.


"힘들어!"


"괴로워"


"죽고 싶어"


"살기 싫다고!"


"그렇지만 아프니까 살려줘...."


이 내용들을 내포한 채로 살다보니 이젠 사는 것이 하루의 시간 초침이 올라갈 때마다 내려갈때마다 눈물자국이 얼굴을 타고 내려간다. 나는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인 채로 사는데 알고보니 곰의 탈을 뒤짚은 크리스토프이지 않을까?


일상 속에서 나는 일상을 잃어버렸다. 내 습관과 건강을 잃었고 더 이상의 희망이 안 보였다. 몸에 이상 신호가 와서 아토피는 목을 타고 올라가서 머릿속에 각질이 수두룩 뺵뺵히 올라왔다. 눈물이 나온다고는 했지만 사실 마음의 눈물은 철철 피가 흐르도록 흘렀다. 하지만 내 안구는 너무 건조한 나머지 목소리마저 침착했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데 육체적으로 아프기까지 하니까 이젠 죽음을 기다리게 된다. 죽음이 나를 앗아가서 더 이상의 고통도 같이 앗아주기를 바라며. 오늘도 병원순례를 다녀왔다. 플리 속에 들리는 born h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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