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분은 어떠한가요?

우울증 대목의 마지막 세션

by 후드 입은 코끼리

우울증을 한참 겪다 보면 이젠 이 기분을 떨치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이젠 그 울증이랑 같이 기대서 살아가는 반려자 존재다.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상담 세션을 하는 곳이 있는데 그곳을 방문하자고 권유를 받는다. 그렇기에 나는 문턱 앞에 서서 서성인다. 내가 하는 업무, 내가 하는 전 국민마음투자사업 신청서를 들고 관할 동사무소 앞에서 서성인다. 신분증 제출하기 싫어, 결국 포기하고 복지로로 신청한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우울증 관련으로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우울증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조증도 무척 심한 사람이다. 현재 우울증 증세가 악화된 나머지 조증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뿐. 우울증이라고 해봤자, 사람이 쳐지고 무기력하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그 외에도 뭐든 일상습관들을 버려가면서 자신이 더러워지는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추레한 사람이 된다. 그렇기에 그 습관이라도 다시 재건축하기 위해 세션을 참여하게 되었다.


"오늘의 기분은 어떠한가요? "


상담사는 나에게 친절히 물을 건네면서 말한다. 하지만 나는 서툴러서 그런지 물도 마시기 싫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간파하기 위한 그 눈빛이 두렵다. 나를 알아서 뭐 하려고? 물론 내가 신청은 했지만 과연 나에게 큰 도움이 될까 싶다.


"기분이 우울해서 왔죠.... 저는 살아갈 용기가 없어진지 오래에요."

라고 말하는 순간 목구멍이 콱 막힌다.


"내 자신을 잃은 지 오래에요."

다 오래되었다는 그 식상함. 근데 사실인걸?


"특히 내 목소리를 내세워서 내 자신을 위해 싸우지 못하고 있어요."


나는 최근에 있는 직장내 괴롭힘, 교통사고로 인한 척추 신경 탈출 등에 말문이 막힌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가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요?"


하면서 끝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엉엉 운다기 보다는 눈물이 차올라서 결국 한 두방울이 목선까지 타고 내려간 것이다.




우울증 세션을 현재 진행형이다. 2주에 한 번씩 얼굴을 비치는데 갈 때마다 바뀌는 얼굴색과 표정. 그리고 표현하는 방식과 눈물의 정도가 가지각색하다. 말 그대로 울증도 보여줬지만 그 사이에 나는 조증인 상태도 보여준 상태이다.


"오늘의 기분은 어떠한가요?"


2주 전에 이어서 묻는 대답에 한층 적극적으로 말하게 되었다. 뭔가 나에게 습관을 만들어주는 하나의 트랙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나? 1시간의 이야기를 통해서 후련함도 있었지만 내가 이렇게 과민한 상태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의 기분을 풀다 보면 내가 있었던 한 주 간의 이벤트들을 나열하는 순간, 모든 순간들은 다 내 관점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그 이야기는 우울한 필터가 끼어일 때가 대부분이었지만


며칠 전.....


분홍색 필터로 바뀌어 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다 다시 조증 상태로 가고 있었다.


갑자기 조증이라니.... 하지만 사람은 어느 순간 바뀐다. 갑자기 병가상태로 들어가서 회사를 쉬고 있으니 없어지는 자극에 의해서, 환경적 변화로 인한 사람의 굴절이 바뀌었다고 할까나.



to be continued (with 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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