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고양이 버찌가 생각하는 세상에서
3월에 오게 되면서
벚꽃나무의 버찌들이 무럭 자랄 때 집에 들어와서
이름은 버찌
버찌는 고양이다.
귀가 뾰족하고 얼굴이 납작한 고양이다.
좁지도 않은 집에서 살다보니 세계를 다 꽤뚫은지 어엿한 1년
삶이 녹록지 않음을 느끼면서 하루를 지나보낸다.
일어나면 반겨주는 사람은 오직 엄마뿐
나머지는 버찌를 괴롭히거나 괴롭힌다.
버찌에게 밥과 물을 채워주고 나서야 하루의 일과가 시작되는 하루
버찌에게 오로지 관심은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하지만 몇몇 집사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버찌를 왜인지 단잠에 빠져 눈도 못 뜰 때 버찌를 껴안기도 하고
버찌의 눈곱을 만지면서 장난을 부리기도 한다
어떨 때는 하지말라고 손짓발짓을 다 쳐보았는데
그런 버찌를 우습게 생각하는지 귀여워하는지
계속해서 지나친 장난들
버찌는 그런 고양이다.
밤마다 나는 운다. 야옹 야아옹 아옹 등의 목소리로 말이다.
그렇게 울다보면 얻어지는 간식덩어리들
간식을 하나둘씩 챙겨먹다보면 배불러서 또 잠에 깊게 빠진다
버찌는 밤마다 울어보고 공을 차고 놀아보기도 한다.
심심하면 하는 그런 행위들이 고양이로서 행복감을 느끼는 유일한 때이다.
고양이 버찌는 오늘 하루도 잘 먹고 잘 놀았다.
어느새 11시가 되면 자기자리인 캣타워 위로 쑥 올라간다.
그리고 인간들의 비스듬하게 누워있고 그들도 밤잠에 곯아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