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fortnight를 들으면서
테일러의 새 앨범이 나온 지 꽤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지금에서야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가장 완벽한 날씨가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흐리멍텅한 날씨와 함께 흐릿하게 낀 구름, 그리고 그와 어울리는 추적거리는 비. 그 빗소리에 들뜬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나는 그저 숨죽여 기다릴 뿐이다. 테일러의 노래는 그렇게 잔잔하고 외롭다. 그런 외로움이 밀려와 나를 덮치는 날이면 듣기 좋은 노래가 Fortnight일 것이다. 그 노래의 흥얼거림은 단순한 멜로디여서 쉽게 가사도 외우게 된다. 무엇보다 버스에서 내 죽음의 정착지로 가는 길에 잘 어울리는 곡으로, 언젠가 계속해서 듣게 될 것만 같다.
1989년생의 영향력이 이렇게도 클 수 있을까? 그녀는 전 세계의 중요한 순간들을 흔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여성이다. 그녀는 가수를 넘어선 존재, 인간으로 불린다. 그런 그녀의 자작곡들은 심금을 울리며, 어떤 이들의 말보다 더욱 강력하게 다가와 사랑에 대한 생각을 분명히 전달해준다. 그녀는 사랑스럽지만 동시에 똑똑하다. 그래서 그녀의 행보는 모두에게 기대감을 준다.
그런 그녀가 만든 음악 중, '2주'라는 의미의 Fortnight. 2주는 나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시간이기도 하지만, 단 몇 초 만에 끝나는 이별의 감정도 담길 수 있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고통이라면 2주는 짧고, 행복이라면 너무나 길다. 2주의 시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사색을 할 수 있을까?
당연히, 테일러는 그 2주 동안 만났던 남자와의 시간을 떠올리며, 그가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 삶은 어떤 삶이었기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을 다 잊을 정도로 2주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그 2주는 사랑스러운 남자를 기억하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하게 짧다.
나에게 주어진 2주는 무엇일까? 한 달의 절반. 그 절반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과 끝없는 날씨들. 그 날씨 속에서 피어나는 꽃들은 2주간 안간힘을 쓰며 자라는데, 나는 그저 글만 적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생각이 짧아서 떫은 감 같은 글이다. 그 글을 2주가 지나 다시 읽어 보면, 그때의 생각을 한 번 더 분석해본다. 사실, 분석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그때의 사랑과 그 순간의 의미들로 가득 차 있을 뿐이다.
사람에게 2주가 남아 있다면 어떤 일을 벌일 것인가? 샤넬 백을 사서 온 동네를 걸으며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것인가?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먹고 싶었던 산해진미를 먹으며 시간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노래, 글, 영화 한 편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인가?
결국 2주는 길면서도 짧은 시간이다. 수없이 지나가는 달들 사이에 한 번 떠오르는 보름달처럼. 그 보름달을 보고도 지나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