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사람의 열정은 결국 사람에게서 다가오는 법
비둘기를 해부하는 것을 사랑했던 제프리 다머. 그의 소재는 악명 높아 사용이 기피되지만, 나는 다머 역시 살인을 사랑했기에 미쳤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식인까지 할 정도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밀워키의 살인마. 그를 절대적인 악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는 ‘미쳤다’는 단어 하나로만 정의할 수 없다.
미켈란젤로는 천지창조를 그렸고, 그 외에도 시스티나 성당에 그의 작업이 박혀 있다. 그의 채색은 여전히 벗겨지지 않고 남아 있으며, 그의 색상은 세상에 빛을 비춘다. 몇백 년이 지나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들. 하늘을 향해 얼굴을 꼿꼿이 들어 붓칠했을 그에게, 이 작업은 열정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것은 또한 하느님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우리 청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 청년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미쳐 있는가? 사랑하고 있는가?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 그 불꽃이 다 사라져 예술 감상조차 하지 못한 채, 돈을 벌기 위한 기계처럼 살아가다가 배가 불뚝 나온 채로 사는 수밖에 없는가? 치킨을 튀기며 자신의 인생을 TV로 바라보는 그 모습으로. 우리는 과연 미쳐 있는가?
우리는 미쳐야 한다면 곱게 미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은 바른 길을 걸으며 미쳐가려고 노력한다. 정해진 루틴 속에 정해진 ‘미친 길’. 그 미친 길은 같은 노래를 들으며 낭만을 꿈꾸고, 자신도 예술적인 감각이 있다고 느끼며 목걸이를 착용한 채, 그 상징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목걸이를 만지작거린다.
너도나도 미치고 싶다. 사회의 불규칙성을 이겨내고 싶다. 예술가적인 성향으로 큰돈을 벌어, 주식으로 성공해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날을 꿈꾸고 싶다. 새로운 세상이 이루어낼 것이라며 초등학생 때 말했던 우주선을 타고 이 지구를 탈출할 것이라고 말하듯이. 대통령 비서실에서 보좌하거나 대통령을 하거나 둘다 미친 일이나 다름없이 느껴지는 세상. 곱게 미쳐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삼성에 들어가고 우리는 약사가 되어가며 전문직의 자격증을 따내면서 곱게 미친다. 그 미친 짓을 저항하면서 "또라이 미친 짓"을 할 수 있겠냐고 묻는 것이다. '또라이 미친 짓'을 하지는 못하는 현실 속에 그들은 복권 한 장을 사며, 그것이 파란만장한 삶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고, 희망을 가득 품은 채 발을 동동 구르며 걸어간다.
하지만 현실은 오늘도 낙방된 시험, 오늘도 낙방된 승진,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의 잔소리만 들리는 하루다. 미치고 싶다. 머릿 속에 스쳐가는 나의 소원들과 나의 20대가 보인다. 미쳐서 술을 거하게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나를 죽여서 미쳐서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고, 그저 몸을 누인 채 자신을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살고 싶어진다. 소원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고함을 질러 보지만,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곱게 미친 것뿐이다.
또라이처럼 미쳐야 열정이 생기는 법이다. 열정은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지만, 그것이 마음속 깊이 묻혀 있는 금괴를 꿰뚫고 나와야 비로소 현실이 된다.또라이 미친은 2가지의 길이 있다. 다머의 길과 미켈란젤로의 길로 나뉜다. 다머의 길은 험악하고도 사회악으로 분류된다. 마귀의 손가락이 하나씩 접힐 때쯤 살인을 저지르려 눈을 부릅뜨지만, 이는 자신의 길이 아님을 느낀다. 하지만 이미 들고 있는 연장으로 인해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그 뒤에 있지 않는 미래. 절대적으로 미친 악이다. 악은 결코 행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제프리 다머의 길만큼은 누구도 걷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리 불평등한 사회라도.
그 대신 악동뮤지션처럼 창의적이고 독특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서점에 들어가 나오지 않고 6시간을 꼬박 앉아 책을 읽고, 주식의 대박을 꿈꾸며 경제신문을 정독하며 신중하게 바둑돌을 하나 던지듯. 자신의 생각을 똑바로 말하면서 회사에서 창의적인 발언을 해서 무시를 당해도 언젠가 그 발언이 사회에 실연되기까지의 미친 행동. b급 감성이지만 사람의 가슴 속에 울림이 되어 이상하게끔 끌리는 음악이 만들어지는 또라이 미친.
그런 사회가 또라이 열정으로 불공정함 속에서도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곱게 미치지 말고, 열정으로 가득한 미켈란젤로 같은 이들이 탄생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