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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드 입은 코끼리 Oct 22. 2024

가을에 잘 어울리는 샘 스미스

수필:I am  not the only one


비가 이제 한 방울씩 셀 수 없을 정도로 내리는 날,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라고 하면, 나는 10년 전 샘 스미스의 I'm Not the Only One을 선택할 것이다. 중후한 비트와 피아노 음색이 톡톡 울려 퍼지는 그런 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잊고 싶은 기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 기억들은 추억이라 불리지만, 악몽으로도 불린다. 악몽이 되살아날 때, 우리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지만, 그 고통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질 뿐이다. 그 고통을 다시 일깨우는 노래, 바로 샘 스미스의 I'm Not the Only One이다.


누가 자신이 버림받고 싶어 하겠는가? 누가 상처를 안고 살고 싶겠는가? 자신에게 이상한 썩은 냄새가 나는지도 모르고 길거리를 걷다 보면, 코를 막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마주치게 된다. 그 사이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그저 콧물만 흘려 손에 문지른다. 이 노래를 들으며 내 자신을 한탄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 상황과 울적한 기분을 더 살려 주어, 바닥에 있는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노래다.


사랑의 실연이 이렇게 아플 줄이야. 내가 그저 '나'라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흐느낌과 상처는 온몸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 상처 속에는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인화된 기억들이 하나씩 나와서 쌓인다. 그 사진들을 보며 행복에 잠기고 싶지만, 이미 상처 속에 깊이 파묻혀 칼에 베이고 쓸린 상태다. 상처라는 이름으로 행복과 추억은 얼룩져 버렸다.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나를 대체할 만큼 사랑할 만한 사람이었을까? 그 순간에는 나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 샘 스미스의 생각들이 온전히 담긴 음악이다. 그래서 가을에 시련을 겪고 나면, 겨울 크리스마스가 유난히 차갑게 느껴진다. 날리지 않는 눈, 사람들의 옹기종기 모여서 나누는 이야기들. 그 속에서 삭막하게 서 있는 샘 스미스가 떠오른다.


이 노래는 대히트를 치면서 샘 스미스의 입지를 다졌다. 그의 발라드 길을 열어주었고, 특히 시련 깊은 노래들이 나오면서 그의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에게 발라드는 마치 달에 걸린 동앗줄과 같지 않았을까? 그 시련 속에서 탄생한 천재적인 곡 덕분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그와 연결되었다. 이어팟에 울려 퍼지는 그의 가녀린 목소리.


그의 노래에 깊이 잠겨 듣다 보면, 이젠 박자의 리듬마저도 우울하게 들려오고, 자신의 품안이 가장 따뜻하다는 생각에 이불 속으로 파고들게 된다. 그러면서 그의 가사를 따라 부르게 된다. "You say that I am crazy, 'cause you don't think I know what you've done." 단순한 영어 해석이지만 묘하게 어렵다.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너가, 오히려 바보 같은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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