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개인적인 사유
친구들은 다 하나씩 자리잡았다. 나 또한 자리를 잡았는데 그것은 공무원직이었다. 그걸 이제 곧 내려놓고 내가 새로운 직장을 얻어야할 때, 나는 지금 사실 무척이나 흔들리고 있다. 앓았던 배가 2주간 지속되어서 친구도 볼 수 없었고 눈물로 지세우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친구를 간신히 만나면 그들에게 들려주는 나의 이야기는 비통했다. 나만 삶이 시궁창이지 않을까 하면서 두려움에 덜덜 떨었지만 그들은 잠자코 가만히 앉아서 들어주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가 성공할 운이 타고 났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들이 한결같이
"코끼리야 너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해"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는 창의적인 생각을 내뱉어서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일. 그래서 마케터를 생각했다. 무엇보다 화장품 하나하나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화장품 마케터로 선정하고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하나하나 이력서를 정성스럽게 부쳐보았지만 그들에게 들려오는 소식은 감감무소식. 감을 두번이나 씹어먹을 정도로 조용한 감감무소식.
하루에 생겼다가 말았다가 하는 애간장이 녹았다가 붙었다가 하는 마음이 덜컥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이 앞으로 완벽해야할텐데를 꿈꾸며 두통이 생겨났다. 그 두통은 오로지 성공가도에 올라 타기 위함이었다. 내가 어떤 수단이든 괜찮으니 투자든 주식이든 뭐든 좋으니 살아생전 큰 돈을 만져보고 떠나가리라 를 외쳐보면서 2주간 아팠다.
일억천금을 노리다보니 날리는 돈도 많아졌다. 내가 해야할 마케팅에 대한 공부도 시작해야했고 주식신문을 구독하고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아끼지 않고 국제정세를 정확하게 꽤뚫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는 동시에 화장품 회사의 이력서 넣을 곳이 생기면 챗 지피티와 협업해서 글을 작성하고 나는 냈다. 내가 한 것은 완벽 그 자체일테니까.
그러나 또 돌아오지 않는 소식들. 돌아오지 않는 나의 지식과 집 속에서 썩어가는 버섯모양의 고깔머리. 나는 배가 무척이나 아팠다. 친구의 조언대로 나는 하고픈 것을 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도 않았나보다. 옆에서 주어듣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직장이 너무나 고달픔을 알고 있음에도 들어가고 싶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다가 나는 글쓰기 모임을 참여하게 되었다. 갑자기 뜬금포지 않는가? 나도 사실 놀랐다. 내가 그래도 좋아하는 것은 유일하게 글을 작성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 글을 써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작된 글쓰기 모임이었다. 그 글쓰기 모임을 가니까 한층 아팠던 배가 순식간에 편안함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의 시간이 3시간이나 되었지만 절대로 느리게 움직이지 않았다. 플랭크하는 1분은 더디고 느린데 이상하게 나의 글을 쓰는 40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말았다. 그러면서 나의 행복감은 가슴으로 벅차 오르고 충만해졌다.
나는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정말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
내가 좋아하는 한 언니는 자신의 꿈인 스튜어디스의 꿈을 뒤늦게 이루었는데 고달파도 언제나 해맑게 웃으며 한국에 돌아온다. 그녀의 일하나하나 정성이 가득하기만 하다. 그러니 사람은 자기가 하고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 그렇게 돌아서서 나는 마케팅을 정말로 좋아하는지 생각해보았다. 창의적인 일이 될 수 있을까.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100만원을 벌어도 창의적이기만 하면 되고 실현만 되면 되는 일을 원했다. 그것이 무엇일까?
나는 브런치에 끄적이면서 오늘도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한다. 그리고 2주간 아팠던 배가 더 이상 아프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