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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드 입은 코끼리 Oct 23. 2024

일상적인 하루

수필:독서실에서 얌전히 글을 써본다.

나는 현재 독서실에 앉아 있다. 숨 막히는 독서실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아이들의 전쟁터. 그곳에 나는 총도 없이 와서 부랑자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 부랑자를 쳐다볼 어린 학생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작가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그냥 한량이 앉아서 컴퓨터를 두드릴 곳이 필요해서 온 걸로 보겠지. 그런데 왜 카페가 아니라 이곳으로 왔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낼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늘 애인의 집에 가서 만찬을 즐겼다. 그곳에서 주신 키토제닉 식단으로 준비된 음식은 내 입에 딱 맞았다. 건강한 두부면으로 만든 파스타와 치즈가 듬뿍 올라간 샐러드. 그 모든 음식을 다 먹어 치웠다. 애인의 어머니는 내가 먹성이 좋다고 기억하실 정도다. 포크질을 멈출 수 없었고, 음식들을 잘게 잘라 입으로 쏙쏙 넣는 재미가 붙었다. 음식의 즐거움을 얼마만에 느껴보는 걸까? "삭센다를 사용하면서 한동안 입맛이 없었는데, 이제 되살아나면 안 될 텐데..."라는 생각이 전두엽 한구석을 스쳤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손수 원두를 갈아주신 커피를 한 잔 마셨다. 그 고소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이야기 한 잔도 나누었다. 곧 있으면 다가올 건강한 미래와 맛집 소개까지 이어지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떠나기 싫었지만, 다시 독서실로 가야 했다. 삭막한 독서실에 들어와 이제 또 입을 다물고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어느 아이는 마치 검은색 사신처럼 보인다. 아니, "모든" 아이들이 남녀 가릴 것 없이 어둡게 옷을 입고, 머리도 어둡게 내린 채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그들의 고뇌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것 같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들려오는 한숨 소리. 나는 그 소리를 재채기로 깨워본다. 그러다가 들려오는 발을 끄는 소리. 그들은 커피 한 잔을 뽑으러 가는 게 분명하다.


커피의 고소한 향이 퍼져서인지, 아까 커피를 마셨음에도 또 마시고 싶다. 커피의 유혹이 아른거린다. 그래도 싸구려 커피로는 어른의 커피의 풍미를 지울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스타벅스 커피는 마시지 않겠다고 나 자신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세찬 에어컨 소리. 그 에어컨 소리에 맞춰서 몇 번이고 타자로 글을 쳐본다.


오늘 저녁 8시까지 이 동네에 있어야 하는데, 내가 그 시간까지 <폭풍의 언덕>을 끝마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할 수 있을 것 같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지옥 같은 사랑을 읽고 있는데, 캐서린은 이미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데도 이어지는 이 갈망의 이야기. 그 시대에 얼마나 큰 재미를 주었을까 싶다. 고전이 은근히 현재 방영되는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고 재미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오늘 올리브영에 가서 팩을 사고, 대파도 사야 한다. 애인과 글을 다 쓰고 책을 다 읽으면 산책을 나가겠지. 그러면서 우리는 또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할 것 같다. 차에 딱 자리 잡아 앉고, 내가 천천히 운전해 우리 집으로 돌아가면 또 서로를 그리워하겠지. 나는 잠자리를 준비하고, 애인과 전화를 하며 서로 잘 자라고 안부를 전하고 내일을 기약하겠지. 이런 나날들, 이런 일상들. 계속해서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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