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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드 입은 코끼리 Oct 23. 2024

폭풍의 언덕, 폭풍같았다

수필:폭풍의 언덕을 2일만에 읽었다.

히스클리프, 그 이름은 자꾸 등장해도 외워지지 않는다. 정말 어려운 이름이다. 그의 잔인함과 복수로 시작되는 이야기. 그는 캐서린과의 사랑을 꿈꿨지만, 그마저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캐서린은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동명이인의 딸인 캐서린이 등장하면서 그의 복수극이 시작된다.


폭풍의 언덕을 읽으며 “참으로 복잡하고도 어렵게 썼다”고 생각했다. 상세한 서술 덕분에 캐릭터의 성격을 잘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요즘 사람들이 이 책을 붙잡고 읽을 힘이 있을까 싶었다. 나 역시 초보자여서 몇 챕터를 읽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다가 이틀 만에 완독했다. (유후)


정말 복잡한 관계다. 두 가문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전쟁, 그 전쟁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과 치열하게 싸우는 이들. 과격한 언행과 폭력성이 난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사랑이 살아남아 화해의 씨앗이 탄생하고, 세대가 교체되면서 두 가문은 화해로 끝을 맺는다.


히스클리프가 캐서린이 에드가와 결혼하게 되면서 마을을 떠났다가 몇년 후에 히스클리프는 폭풍의 언덕에 집을 가지기 위해 돌아온다. 그는 복수심으로 가득 찬 채로 돌아왔다. 복수가 가까워졌을 때 그는 희열을 느꼈을까, 아니면 절망으로 가득 찬 채 오로지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도 좋다는 심정으로 복수를 실행했을까? 그는 왜 캐서린의 딸 캐서린까지도 그토록 괴롭히며 증오를 표출했을까? 우리가 잘 아는 해리 포터의 스네이프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이 책은 1800년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 두 가문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배경이 그리 잘 그려지지는 않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숲길과 그들이 사용하는 빗장의 모양까지 상상만으로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가끔 그들이 입었을 법한 옷들이 어떤 모습일지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챗GPT를 사용하기도 했다. 아마 <브리저튼> 시대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검색해보니 브리저튼도 1813년부터의 배경이라고 하니까 비슷하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넷플릭스가 있으니까 <브리저튼>과 같은 다양한 영화 및 드라마를 보고 그 시대의 분위기를 이해한 뒤에 책을 읽는 것도 추천한다. 그렇게 하면 더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그 시대의 옷들이 펄럭거리는 모습이 상상되었고, 그들의 말투와 상징되는 악마 같은 히스클리프의 언행도 나중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히스클리프는 결국 자신이 원하던 복수를 완벽히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죽었는데 그의 인생은 과연 옳았을까? 캐서린의 사랑에만 매달리며 살다가 결국 큰코다친 게 아닌가 싶다. 지금 같으면 다른 사람을 만나고 행복을 찾으라고 조언할 법도 하지만, 그때는 기사도 정신과 의리가 많이 남아 있어서인지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보였다.


이 책을 마친 후, 두 번은 읽어야 히스클리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가문 사이의 거리도 어느 정도 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 그 집의 분위기가 어떨지도 다시 상상하며 읽어봐야겠다. 이번에는 디테일에 집중해서 말이다. 스토리는 이제 이해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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