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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드 입은 코끼리 Oct 23. 2024

정신이 이분법

소설:편집증과 조현병

예, 아니오로 나뉜 세상.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하면 멍청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주위 사람들. 나는 마치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처럼 그들의 시선을 받는다. 그렇게 시작된 정적의 시간. 나는 무엇으로 나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마치 소설 광장 속 상황처럼 느껴진다. 남과 북도 아닌 나는 제3세계로 가도 결국 '예, 아니오'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 뻔하게 느껴진다.


치즈버거와 그냥 버거 사이에서 500원만 더 내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이번 달 식비를 아끼기 위해 그냥 버거를 선택하고 만다. 그냥 버거를 한 입 크게 베어 먹기 위해 입을 최대한 벌리는데, 이가 아릴 정도다. 그렇게 양상추와 토마토가 입으로 들어오면서 삭 하고 베이는 순간. 그 순간 느껴지는 후회. 치즈가 없어서 토니 스타크의 흉내조차 낼 수가 없구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 명이 아닌 두 명이 중절모를 겹쳐 쓰고 지나가고 있었다. 중절모는 위쪽 부분이 오른쪽으로 삐져나오게 쓰고 있었다. 모두가 어색하게 생각하면서 쳐다보는데도 그는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의 옷차림은 단정했지만, 신발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진흙과 시멘트 자국이 가득한 신발을 보고도 나는 여전히 치즈버거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고 있었다. 중절모를 쓴 아저씨를 보면서도 500원이 아른거렸다. 결국 선택해야만 했던 걸까?


정신 분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책을 읽을 때도 시작된다. 컬트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사람을 돼지처럼 취급하며 죽이는 기상천외한 세상. 그 세상이 사실 히틀러 시절부터 있어 왔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언젠가부터 컬트는 종교처럼 행동하며 돈과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엔 오로지 치즈버거 생각만 가득했다. 오늘 점심에 먹었어야 할 치즈버거가 떠오를 뿐이다.


나는 계속해서 편집증에 시달린다. 그러다가 환청과 환각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 앞에 놓인 컬트 집단 속 칼날들 중 하나를 집어 들고 외친다. "민족을 위하여, 과학을 위하여!" 그러면서 어여쁜 아가씨도 같이 나와 구창을 한다. 하나둘씩 외치며 번져가는 이 모임. 그 힘에서 비롯되는 정신력과 권력. 쓰고도 달콤하다.


하지만 나는 치즈버거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 종업원에게 가서 500원을 내지 않았더라도, "당신은 내 버거에 치즈를 넣었어야 했어요"라고 말했어야 했다. 그날따라 조금이라도 소심하게 반항했더라면, 그는 나에게 황금빛 체다 치즈를 얹어 주었을 텐데 말이다. 나는 그런 내 자신을 탓하며 생각에 빠져 있다가, 현재 내 앞에 있는 칼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었다.


행진의 끝은 어디였을까?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우리는 도심 한복판을 향해가고 있었고, 사람들은 놀라서 112에 신고하며 달아나고 있었다. 우리는 과연 살인을 할지, 바나나를 자를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칼을 들고 이동할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핑크색 간판의 햄버거 가게. "저기다" 하며 행진 무리에서 이탈했다. 이탈하려 하자 한 여성이 내 손을 잡고 같이 행진해야 한다며 나를 다시 끌어들였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고, 그녀는 휘날리던 칼날에 손가락을 베고 말았다. 피가 몇 방울 떨어졌다. 그 사이 나는 황급히 햄버거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안의 모든 손님과 점장, 직원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치즈 햄버거 하나 주세요!"

구호처럼 외쳤다. 그러자 조리가 시작되었다. 완벽하게 익힌 고기, 양상추를 얹고, 마지막에 케첩까지 뿌리며 말이다. 나는 그 버거를 보고 감탄했다. 해맑게 웃으며 칼날을 앞에 내밀고 물었다. "얼마죠?" "5500원입니다." "500원은 아니지 않습니까?" "치즈 추가는 500원이 들어갑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칼날을 그 사람 앞에 휘둘렀다. 그는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치다 조리도구들이 쏟아졌다. 그가 주저하며 말했다. "당장 가져가세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는 주저앉으며 나에게 햄버거를 넘겨주었다.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햄버거를 받았다. 그 순간,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경찰 4명이 들어와 나를 제압하려 총을 겨누었다.


"치즈 햄버거!"

나는 외쳤다. 그러자 내 손에 총알이 관통했다. 피부가 찢어지며 핏덩이가 한 구멍에 나오려 애쓰는 느낌. 죄책감에 밀리는 듯한 황홀한 경지. 또 다른 총알이 발사되었다. 이번에는 왼쪽 다리를 맞았다. 그러자 주저 없이 나는 휘말리며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관절이 깨지는 듯한 고통이 뇌로 올라왔다.


며칠 뒤, 나는 수감된 채 병원에 누워 있었다. 먹지 못한 치즈버거만 중얼거리면서. 그러자 간호사선생님이 와서 나에게 약물을 주입했다. 정신이 말똥말똥해지고 나는 더 이상 치즈버거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오로지 잠에 빠져드는 듯한 정신상태로 고착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속보가 뜨고 있었다. 어느 한 소년이 흉기를 들고 페스트푸드점에 들어가서 2명의 중상을 입혔고 현재 현행범으로 입건되었으나 상처로 인해 병원에 입원 중이라면서 말이다. 이는 조현병 환자 말기였음을 알리며 경각심을 알리는 속보였다. 그 음성이 머릿 속에 울려퍼지면서 나는 다시 잠들었다. 고통에서 해방이 되고 있었다. 수많은 링거들 사이에 내 자신의 발이 보였고 그 왼쪽 다리에는 피가 철철 났는지 붕대가 젖어있었다.



편집증을 앓고 있는 한 사람이 결국에는 조현병 현상에 시달리면서 일어나게 되는 사건을 서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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