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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드 입은 코끼리 Oct 24. 2024

쓸리는 하루

하루가 가파르게 움직인다.

지금은 온전히 휴식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새들이 지저귀다가 그치면, 그때부터 일이 시작된다.



' 세상에는 너무 많은 약속과 선약, 술과 담배가 있다.

그것들을 모두 뚫고 지나가 전철길에 오르면, 전철에서 들리는 희미한 음성들.

 음성이 속삭이다가 웅장하게 퍼지며 "이제 내릴 곳이지 않나?" 노파가 나를 툭 건드린다.

 이내 곧 자리를 비켜드리고, 한강을 지나 북쪽으로 향한다.

북에는 내 자리가 있다.

내 자리를 찾으러 떠나본다.


 끝없이 북으로 도착해 발걸음을 옮기면,

보지 못했던 세상인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한국말을 사용하는 걸 보니 같은 나라 같기도 하다.

 그렇게 도착해서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똑같다.

마스카라와 빨간 립스틱,

남자들은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얼음장 같은 손.

거기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또 떠나는 여정.



전철의 칸은 한산하지만,

 꿰꿰한 냄새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돌아온 곳에서 쏠리듯 달리는 전철 안에 어린아이와 엄마가 나란히 앉아 기대고 잠이 든다.

기대다 보면 졸음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놓칠까 봐 정류장을 가만히 보기 힘들다.

 세상이 쏠린다.

좌우로 흔들리고 기울어진다.

하루가 어쩌면 이렇게도 기울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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