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같은 소설: 맞춰보세요
향수 병이 몇 개인지 모르겠다. 현재 가지고 있는 병 수만 해도 10개는 족히 넘는다. 그런데도 오늘의 날씨와 오늘을 맞이할 때 사용할 만한 향수가 뭔지 모르겠다. 계속해서 찾아드는 향수 병들 사이에 먼지가 자욱이 쌓여 있어도 개의치 않았다. 그저 오늘의 가을날에 어울릴 만한 핸드크림과 함께 사용할 향수를 찾느라 바쁘다. 아침에는 아침도 먹지 않고 찾기 시작한다. 머리를 고데기하면서부터 고민에 빠진다. 그렇게 해서 고른 오늘의 향수는 이솝 브랜드의 로즈였다.
로즈의 향은 중후한 남성의 향기를 불러일으키지만, 여성이 사용하면 세련미가 돋보인다. 마치 식욕이 올라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향기라면 오늘 하루 종일 밖에 있을 날을 대비하기에 딱 좋다. 오늘은 언제 집에 돌아올지 모르는 하루다.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하루. 침대와 함께할 수 없고, 고양이의 단속도 피해야 하는 하루다.
음악을 들으면서 떠날 수도 있지만 나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고 독서를 택한다. 독서에서 만나는 다양한 소재와 문화들. 싯다르타의 고행길을 읽으면서 그의 정신적 고지에 도달하기까지의 철학을 배워보려고 한다. 글은 너무나 어려워서 쉽게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게 읽다 보면 내가 도착해야 할 곳에 이르게 된다.
향수 냄새는 계속해서 퍼진다. 그 향수의 확산력이 좋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알아차리는 기분도 든다. 손에 들고 있는 아이패드, 장대한 글씨들로 가득한 아이패드. 나의 머릿속 텅 빈 백지 같은 순수함에 얼룩을 지우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향수를 목걸이처럼 착용한 채 자신감을 갖고 발걸음을 한 걸음씩 내딛는다. 혼돈 속의 계단이 끝나면 나는 세상을 구경해본다. 잃어버렸던 것처럼 연사 모드로 사진을 찍는다. 연사가 끝나면 다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의 맑음을 감탄하며 오늘 하루를 건강히 마치기를 바란다.
향수는 계속해서 확산되다가 점차 사라진다.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곧 사라져가는 느낌이 든다. 나의 체취와 함께 묻혀 나오면서 희미해진다. 이제 향수의 향은 사라졌지만, 목걸이를 건 것처럼 행동한다. "나의 향은 언제나 나와 함께하겠지"라고 외쳐본다. 그렇게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면, 이젠 커피와 섞인 로즈 향이 나의 몸에 배어든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지만, 오늘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서 아직 집에 들어가기엔 이르다.
나는 또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카페에 남아 글을 작성한다. 그렇게 써진 글이 이 글이다. 글이 뒤죽박죽 섞인 듯한 기분이 들지만,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 향수와 함께한 여정을 그리며.
사실 아직 밖을 떠나지 않았다. 향수도 뿌리지 않았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