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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드 입은 코끼리 Oct 24. 2024

아저씨의 야채가게에는

시: 손때묻은 가게가 오히려 된장찌개가 맛있다. 

오늘도 초등학교를 등교하는 할머니

오늘은 가나다라를 배웠으니

시를 써보라고 하시는 선생님


시상은 자유주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자주가는 야채가게의 손가락 마디


그 마디는 야채를 하도 자르고 나르고 실어서 

고심하게 고른 야채들이 날날이 누워져있고 


그 가을에 맛있다던 홍시도 직접 땄다면서 

우렁찬 한줄기의 목청


그 목청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결국 성화에 이기지 못하고 하나 사게 된 홍시


집에 가서 된장찌개를 끓이는데

아저씨의 손마디가 다시 생각난다


그 손마디에 떨어져 있던 살점들이 곳곳이 묻어있는 

여린 녹색의 애호박


애호박의 끝에는 동그랗게 말려있는 정가가 아닌 할인가

푸석 푸석 하게 자르다보니 끓는 된장찌개 


아저씨의 손맛이 이상하게 

내 손맛보다 더 맛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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