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손때묻은 가게가 오히려 된장찌개가 맛있다.
오늘도 초등학교를 등교하는 할머니
오늘은 가나다라를 배웠으니
시를 써보라고 하시는 선생님
시상은 자유주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자주가는 야채가게의 손가락 마디
그 마디는 야채를 하도 자르고 나르고 실어서
고심하게 고른 야채들이 날날이 누워져있고
그 가을에 맛있다던 홍시도 직접 땄다면서
우렁찬 한줄기의 목청
그 목청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결국 성화에 이기지 못하고 하나 사게 된 홍시
집에 가서 된장찌개를 끓이는데
아저씨의 손마디가 다시 생각난다
그 손마디에 떨어져 있던 살점들이 곳곳이 묻어있는
여린 녹색의 애호박
애호박의 끝에는 동그랗게 말려있는 정가가 아닌 할인가
푸석 푸석 하게 자르다보니 끓는 된장찌개
아저씨의 손맛이 이상하게
내 손맛보다 더 맛있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