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새벽에 일어나서 가야하는 행진
너의 엉덩이는 언제나 뜨듯하게 느껴진다
사실 누구의 엉덩이든 그렇게 느껴진다.
그 사람의 체취가 뭍힌 채로 서로서로 부벼가며
바쁘게 흘러가는 새벽 5시
새벽5시 동도 트지 않았는데
좌석은 이미 만석
만석자리에 어린 아이도 서서 가려하자
어른들이 서로 양보하려고 일어섰다가
민망하게 폭삭 내려 앉는다. 자신은 창밖을 보면서
버스 의자가 지나갔으니 이젠 지하철 의자
지하철도 너무나 비슷하다. 새벽6시에 있는 쇠의자는
뜨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쇠의자여서 냉철한 냉기가 감싸돌고
그렇게 어린아이가 한번 엉덩이를 비벼본다
엉덩이가 시려도 다리가 시리게 서린다
졸음이 다가와서 아이에게 일러준다
선잠을 자라고 말하는 속삭임이
할머니는 그 아이를 깨우고 만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노량진.
거기에 난로 켜놓고 앉을 수 있는
하나의 안락의자
안락의자가 딱딱하지만 가장 푹신하다
아이는 거기서 노란 이불을 덮고 다시 선잠을 잔다.
이번에는 할머니가 깨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