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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드 입은 코끼리 Oct 24. 2024

여행은 사치일까? 명품이 사치일까?

수필: 자신이 보는 관점에서 달라지는 사치의 정의

여러 사람들이 여행을 자주 다니고, 샤넬 매장을 방문하는 것은 "사치"를 추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는데, 무에서 오는 즐거움이 더 좋은지, 아니면 유에서 오는 즐거움이 더 좋은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무엇을 택하는 것이 좋을까? 자손에게 대대손손 물려줄 샤넬 백과 평생 기억에 남을 여행의 추억들 중에서 말이다.


어쩌면 이 글은 읽었을 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글 중 하나일 수 있다. 굳이 왜 이런 선택을 우리에게 던지는 걸까? 둘 다 하면 되는 일 아닌가? 아니다. 사람은 종종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고, 돈과 같은 자원은 한정적이다. 이는 우리가 타고 가는 비행기의 연료가 다 떨어져 가고 있으며, 샤넬 백에 쓰이는 악어 가죽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뜻에서 이 글을 쓴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여행을 선택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사실 둘 다 선택하고 싶지 않다. 오로지 글을 선택해서, 마음에 울림을 주는 소재라면 무엇이든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샤넬 백을 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을 소재로 만족할 것이고, 유럽에 가서 유럽의 향기와 분위기를 느끼며 쓸 수 있는 글감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만족할 것이다. 그 만족감에서 오는 사상의 풍부함이 나에게는 충분하다. 결국 나는 책과 영화가 제일 좋다.


그렇다면 당신은 여행이 주는 경험과 비슷한 책과 영화를 택한 것이냐면서 여행을 택한 것과 마찬가지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사실 내가 말하는 여행은 요즘 속된 말로 식도락 여행과 도파민으로 절여져 있는 단순 돈풀기 여행을 말하는 것이었다. 만일 내가 공부하고 진리를 깨닫기 위해 떠나는 그런 여정이라면 나 또한 사치를 여행으로 잡아서 말하겠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니 각자 이야기가 다 달랐다. 한 친구는 "여행이야말로 평생 얻을 수 없는 가치"라며 여행을 찬양했다. 경비행기도 타보고, 특이한 동물들을 직접 보는 경험이 다르다면서, 시간과 돈만 있으면 누릴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항상 여행을 다녀오면 한국이 최고라며 몸져 누웠다. 그래서 여행을 가는 이유가 결국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좋다고 말하기 위해서인 건가 싶기도 했다.


반면, 또 다른 친구는 자신의 월급 절반 이상을 명품 백에 소비한다. 명품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삶의 질을 바꿔준다고 말했다. 그녀는 항상 할부로 꿈꾸던 가방을 사고, 열심히 돈을 벌어 갚아 나간다. 그렇게 얻은 가방을 친구에게 자랑하고, 그 안에 있는 지갑까지 세트로 맞춰 카드를 내민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마시는 음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일 뿐, 그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여행인가, 아니면 명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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