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와 명분 사이에서 오고가는 삶

수필: 정묘란을 겪고 병자호란을 겪는 사이 <남한산성>

by 후드 입은 코끼리

영화 <남한산성>을 보며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공부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그 시절 명나라를 어버이로 삼았던 조선이 청나라를 오랑캐라 부르던 모습이 이제서야 이해된다. 척화파와 주화파가 나뉘어 나라의 운명을 논해야 했던 남한산성의 겨울은 엄동설한으로 극심하게 추웠다. 성안에서 백성들은 그 추위 속에서 떨며 나라를 지키려 애쓰고 있었고, 그들의 처절한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배고픔에 지친 백성들은 민들레가 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때의 상황은 첨예하고도 날카로웠다. 조선은 명나라와의 관계를 쉽게 저버릴 수 없는 처지였고, 마치 어버이가 죽어가는데 오랑캐에게 가 머리를 조아리는 것처럼 보일 상황이 사대부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책임을 떠나서도 나라와 백성을 지키려는 충신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으니, 주화파든 척화파든 모두 나라를 아끼는 마음은 확고했을 것이다. 이런 충성심은 오늘날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결국, 군량미가 떨어지고 사람들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인조는 삼전도로 내려가 후금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절했다. 신하들의 울음이 온 산에 울려 퍼졌고, 47일간의 항전은 비록 패배로 끝났으나 백성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시절 공부하며 사대부들의 정신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들에게는 나라가 더 중요했고, 그로 인해 목숨을 버리는 일도 하찮게 여겨진 듯하다. 죽음으로 갚더라도 나라의 치욕만큼은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우리의 삶 속에 과연 그 정도의 애국심이 남아 있을까?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면 과연 우리도 한마음으로 지키려 할 수 있을까? 실리 외교가 중요한 시대라서 그런지, 수험생 시절에는 그 정신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들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시절 우리는 가난과 고통 속에서 살았지만, 무궁화는 꺾이지 않고 피어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어냈다. 과거 선조들의 지혜와 애국심이 쌓여 오늘날 우리가 존재하는 것 같다.


결국 우리는 꺾이지 않고 이겨내는 민족이다. 거란족의 침입에서부터 여진, 몽골까지 숱한 외침을 이겨내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어냈다. 지금도 그 정신이 우리 안에 깃들어 있기를 바란다. 다만, 오늘날 정치인들 중 과연 나라를 위해 헌신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애국심을 가진 이들이 나라를 이끌어주길 바라며 영화 <남한산성>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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