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퇬퇬 벧아가며 꼬나문 담배에서 어른 흉내 한껏 내본다. 후~우욱 뿜어대는 희뿌연 연기(煙氣). 잘 못 본 광경이길 은근히 바랐었다. 보기 좋게 빗나갔지만.
'신중년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통해 퇴직 후 2년이나 된 내게도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었다. 그 벅찬(?) 일 막 끝내고 세상 누구보다 즐겁게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귀가 중이었다. 마주친 장면이 그런 내 기분을 잡치게만 하지 않았다면.
'야! 담배 피우는 모양새가 그게 뭐냐 촌스럽게시리'
저는 고딩티 안 내고 천연덕스레 피운단다' 감쪽같다며. 솜털 보송보송한,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다. 그래도 몰래 숨어서 들키잖게 뻐끔거리며 피우던 세월이 불과 얼마 전이었건만.
몇 명이서 무리(?)까지 구성했으니 힘도 있겠다 어른들이라고 쉽사리 참견은 못할테지였다. 게다가 자칫 잘못했다간 봉변에 창피까지 톡톡히 당한다는 보도 잊을만하면 나오는 판인데 어른이라고 "어이! 학생들, 그러면 안 되지" 충고? 끼어듦? 언감생심이다.
'뭘 그렇게 꼬나(쳐다) 봐요! 가던 길이나 그냥 가세요, 괜히 충고랍시고 GR(참견) 하지 마시고' 상당히 절제된 어른식 표현으로 갈음해 본다. 저네들 방식으론, 익숙지도 않지만, 날 것 그대로는 도저히 여기 써 놓기가 민망한 구닥다리이니 어쩌겠는가.
그렇게 아파트 공터, 주변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무시한 채 세(勢)까지 과시하겠다는 데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지 않을까. '그냥 못 본 척 지나가지 뭐!'
이런 많은 어른들 중 일인(一人)에 불과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전직 교사였던 내 모습이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비굴한 생각까지 들면서.
중고등학교 시절 잘못한 것 없는 데도 괜히 옆을 지나가는 것조차 꺼려졌던(?), 소환 통보라도 받으면 또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학생과(科), 그곳에서의 내 담당 업무가 생활지도였던 옛날이 소환되었다.
점심시간 후 순회 지도차 교내외를 경찰처럼 돌다 보면 어떤 때는 두서너 건의 흡연 학생들을 적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내 관할 구역이었기에 어깨에 힘 꽤나 주던 어설픔도 먹혔었는데.
지금은 그때가 아니다. 관할 구역도 물론 아니고. 그래도 참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리워지면서 어른으로서, 전직 교사였지만 말 한마디 못하고 비켜가는 모습이 마치 맞지 않는 신발이라도 신은 듯 아팠다.
이빨 빠진 호랑이가 어디 따로 있던가.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이 돼 가지고 마땅히(?) 해야 할 몫 방기하는 것도 못 할 일이고......' 두 생각이 맘 속 저 은밀한 곳에서 맹렬하게 다투고 있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지나치는 것이 결국 판정승을 거둔다. 요즘 잘 나간다는 처세술, '낄낄 빠빠'를 멋들어지고 실천했다면서.
한데 왠지 누군가 내 뒷덜미를 꽉 움켜 잡으며 '그러시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소리가 귀에 쟁쟁거린다. '그렇게 잘난 척, 정의로운 척 나섰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당신만 손해지 뭐!' 소곤거림 역시 만만찮고.
난감합니다. 제발 누가 절 좀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