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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점복 Jul 25. 2023

올 둥 말똥 할 땐 특히

우산

비 예보가 있다. 오후 3~4시 사이 쏟아부을 거란다. 아직까지는 살랑살랑 간지르는 바람, 며칠째 이어오던 후텁지근 짜증 날려 주며 뽀송뽀송한데 우산이라니.


워낙 손에 뭘 줄래 줄래 들고 다니는 걸 마뜩잖아하는 데다 예보를 믿고 싶지 않은 이상한 반항심(?)까지 발동해서는 챙겨 가라는 아내 말씀(?)에 구시렁구시렁이다.


그렇게 손에 들린 우산 온전하길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더군다나 우산도 보통 것이 아니라 딸아이 다니는 회사 로고가 찍힌 기념의 의미를 담고 있다나 어쨌다나. 돈 들여 구입한 것과는 사뭇 다르니 특별히 더 신경을 쓰라며 꼭 붙어 있게 하랜다.


"걱정 마시요!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니고....."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 켕기는 게 없진 않다. 전력(前歷)이 있었으니. 아직은 얌전히 내 옆을 잘 쫓아다닌다. 문제는 우산이 아니라 나(我). 걱정이다.


버스로 이동 중인 지금도 비는 올 생각이 없나 보다. 우산이 연신 눈치를 보는 듯한데 안심을 시킨다. '걱정 붙들어 매!  떼놓고 가지 않을 데니'


요놈의 입방정을까 아니면 일기 예보가 정확했을까? 버스에서 내리니 후드득 쏟아진다, 비가. 우산 잃어버릴 일 없을 테 다행이라 해야하나. 까짓 놈의 우산 좀 잃어버리는 게 그리 대수라고. 졸지에 입은 피해와 슬픔 엄청난데.


우산이 을세라 얼른 입에 손을 가져다 댄다. 녀석들이 버림 받았다는 아픈 오해가 없길 간절히 바라며. 심심잖던 이별의 상흔 제법 굳은살처럼 딱딱해져  무덤덤해지면 어쩌나 걱정도 없진 않다.


손에서 벗어나 천덕꾸러기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도록 단단히 챙기는 수밖에. 안도의 뱉아며 현관문을 열어젖힌다. 여전히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 조심조심 훑어내며.


와우! 무사히 녀 손 놓지 않고 함께 일과를 감했군(어깨 톡톡)......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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