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직접 깎습니다, 아직은......
어두운 밤 쉬 되리니
하루도 거르는 걸 본 적은 없다. 그렇다고 눈치라도 한 번 제대로 챈 적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어느새 성큼 자라 '짜잔' 하는 그것의 생명력(?), 살아 있음의 반증에 다만 놀랄 뿐.
며칠째 아파 끙끙거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죽겠어도, 할 일 없어 빈둥빈둥 노는 게 노는 게 아니어도, 꿋꿋이 자라고 또 자란다.
세상 다 얻은 듯 기쁘기 그지없어도, 시도만 하면 그냥 척척 성공하던 때라고 괜스레 들떠서 쑥쑥 더 웃자라는 것 또한 아니고 말고다.
그걸 다듬고 있는 데, '훅'하고 지나치는 무엇.
기차 소리 요란해도 새근새근 잘도 자는 아기처럼 참 꾸준히도 자라지만, 거추장스러울만하면 깎고 또 다듬곤 한다.
'순전히' 그리고 '내 맘대로' '내 손으로'.
한데 아른아른 거리며 자꾸 같이 있겠다는 장면 하나 오버랩된다. 자식 손에, 나중엔 요양 보호사의 케어에 맡길 수밖에 없던, 우리 어머니 손발톱 깎는 일.
깔끔, 당당하셨기에 남에게 맡긴다는 건 언감생심 어머니 생전엔 있을 수조차 없는, 자존심이라는 게 있는 한 허락할 수 없는 마지노 선 같은 것이었음에 틀림없었다.
누군들 그러길 원했겠으며, 그리될 줄 꿈에서조차 그려 봤을까만 꾸역꾸역 밀고 들어온다. 달라붙은 벌레 인정사정없이 잡아 떼내듯 사방으로 고개 세게 휘저으며
"난 아니야!"를 외쳐 봐도 별무 효과이다.
"아니 재수 없게시리 뭐 좋다고 그런 생각 당겨서까지 하면서 오두 방정을....." 이라지만 그렇다고 그런 불길함 감히 얼씬도 못하게, 무서워 벌벌 떨게 할 위인(爲人)은 없다.
그건 그때 가서 해도 전혀 안 늦을 텐데 굳이 당겨서 까지. 지금은 지금에 충실하며 즐기란다. 짧은 우리네 인생사 불안 조성하지 말라는 핀잔 또한 사방에서 웅성웅성 중이긴 하다.
손톱 깎다가 별 시답잖은 걸 마치 혜안이라도 열려 찾아낸 양 하니 내가 나도 뭔가 이상하기도 하지만, '아니 아니 그래도.....' 생각을 고쳐 먹어 본다. 내 손발톱을 내 스스로 다듬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지금은 큰소리 떵떵거려도, 내 손발톱을 남의 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