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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점복 Aug 03. 2023

손톱 직접 깎습니다, 아직은......

어두운 밤 쉬 되리니

하루도 거르는 걸 본 적은 없다. 그렇다고 눈치라도 한 번 제대로 챈 적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어느새 성큼 자라 '짜잔' 하는 그것의 생명력(?), 살아 있음의 반증에 다만 놀랄 뿐.


며칠째 아파 끙끙거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죽겠어도, 할 일 없어 빈둥빈둥 노는 게 노는 게 아니어도, 꿋꿋이 자라고 또 자란다.


세상 다 얻은 듯 기쁘기 그지없어도, 시도만 하면 그냥 척척 성공하던 때라고 괜스레 들떠서 쑥쑥 더 웃자라는 것 또한 아니고 말고다.


그걸 다듬고 있는 데, '훅'하고 나치는 무엇.


 소리 요란해도 새근새근 잘도 자는 아기처럼  준히도 자라지만, 거추장스러울만하면 깎고 또 다듬곤 한.


'순전히' 그리고 '내 맘대로' '내 손으로'. 


한데 른아른 거리며 자꾸 같이 있겠다는 장면 하나 오버랩된다. 자식 손에, 나중엔 요양 보호사의 케어에 맡길 수밖에 없던, 우리 어머니 손발톱 깎 일. 


깔끔, 당당하셨기에 남에게 맡긴다는 건 언감생심 어머니 생전엔 있을 수조차 없는, 자존심이라는 게 있는 한 허락할 수 없는 마지노 선 같은 것이었음에 틀림없었다.


누군들 그러길 원겠으며, 그리될 줄 꿈에서조차 그려 봤을까만 꾸역꾸역 밀고 들어온다. 달라붙은 벌레 인정사정없이 잡아 떼내듯 사방으로 고개 휘저으며


"난 아니야!"를 외쳐 봐도 별무 효과이다.


"아니 재수 없게시리 뭐 좋다고 그런 생각 당겨서까지 하 오두 방정을....." 라지만 그렇다고 그런 불길함 감히 얼씬 , 무서워 벌벌 떨게 할 위인(爲人)은 없다.


그건 그때 가서 해도 전혀 안 늦을 텐데 굳이 당겨서 까지. 지금은 지금에 충실하며 즐기란다. 짧은 우리네 인생 불안 조성하지 말라는 핀잔 또한 사방에서 웅성웅성 중이긴 하다. 


손톱 깎다가 별 시답잖은 마치 혜안이라도 열려 찾아낸 양 하니 내가 나도 뭔가 이상하기도 하지만, '아니 아니 그래도.....' 생각을 고쳐 먹어 본다. 내 손발톱을 내 스스로 다듬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지금은 큰소리 떵떵거려도, 내 손발톱을 남의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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