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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비장(脾臟)

어디 있는 줄도 몰랐는데.....

by 박점복

유럽 교회나 성당의 천정화를, 벽화, 스테인디드 글라스(stained glass)를 눈여겨본 적 있으신지요? 왠지 탄성을 토해내지 않으면 '예술적 감각 좀 떨어지십니다, 그려.' 핀잔 혹시 들을까 발 저려하기도 했고. 한데 이 놈의 자격지심은 눈치가 없어도 웬만해야지, 기필코 스멀스멀 기어 나오겠다고 난리고.


품격과 격조 최상급이라며 넋 놓고 "와우!"를 연신 뱉어내 본다. 그렇다고 감상 실력 상당하냐 그건 다른 문제다.


작품을 구성하수많은 조각 조각들(pieces), 그들 책임지고 있는 역할의 중차대함 이론의 여지 분명 없다. 만에 하나 어떤 녀석이 하찮다고 투덜투덜 자리 박차고 나가기라도 하면, 제아무리 나머지가 완벽해도 미완성의 불명예 어찌 벗으랴.


대체(代替) 불가한, 오롯이 제 몫인 자리가 있다. 만든 이의 심혈이 깃든 최고의 곳. 화려한 관심과 관람객들의 집중된 조명 비록 못 받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족처럼 설명 달 필요도 없다.




촘촘하게 얽히고설킨 조물주의 걸작품 우리 몸, 그 속에서 묵묵히 맡은 일 책임지고 있는 이름조차 생소한 조직(organ)들은 하물며 어떨까?


'비장'이란 귀한 장기(臟器)있다는데. 혹시 어디 있는지, 또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는 했던가?


화려한 주목 한 번 받은 적 없단다, 그렇다고 댓 발이나 나온 입으로 신세 한탄 해대며 파업을 벌인다면......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사달이 나고 만다.


비장(脾臟): 왼쪽 갈비뼈 아래, 위(胃)의 뒤쪽에 위치하는 기관으로 인체에서 가장 큰 림프기관입니다. 면역세포의 기능을 돕고 우리 몸에 있는 세균이나 항원 등을 걸러내며, 노화된 적혈구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출처: 인체백과사전>


지지고 볶고 사는 이 세상, 내 작은 역할의 소중함을 저들이 무시하면 큰코다치고 만다는 것을 깨닫기는 할는지? 아니 이처럼 귀한 내 몫 스스로는 인정하며 살고 있는지


이름도 빛도 없다. 하지만 묵묵히 자리 지키는 소중한 장기인 비장, 인기가 뭔지 몰라도 사람들의 주목 한 번 제대로 못 받고 유명하진 못해도 투덜거리지 않는다. 오히려 모자이크의 작은 한 조각처럼, 없으면 안 될 역할 다만 자랑스러워할 따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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