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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 개혁하시오, 나 말고

종교개혁 508주년​

by 박점복

오늘은 대부분의 개신교가 금과옥조처럼 지키는 교회력 상 종교개혁 주일이다. 개혁(reformation)이라는 엄중한(?) 단어가 사용되는 흔치 않은 날, 때문에 개신교를 reformed church로도 일컫는다잖은가.


1517년 가톨릭 사제, 루터가 95개 조 반박문을 교황의 권위,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 위세를 떨치던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떡하니 붙이면서 시작되었던, 신에게 감히 도전한 상상조차 쉽지 않은 세계사적 사건이 터진 날이다.


그 역사를 굳이 다시 소환해 가며 교회들이 기념하는 까닭은 도대체 뭘까? 자신들은 소위 구교라 칭하는 가톨릭과는 달리 개혁을 실천하며 꾸준히 힘쓴다는 주장일까? 그런 잘못은 범하지도 다시 저지를 수도 없을 거라면서. 특히 대한민국 교회의 현실에서.


죄까지 면케 해 준다며 배웠던 면죄부라는 희한한 증서, 가톨릭조차도 그 과오를 이제 인정하고 회개한 면벌부 판매, 이미 죽어 연옥에 머물고 있다는 조상들 죄까지도 사해 준다며 나가도 너무 나갔던, 전혀 성경적이지 않은 논리가 혀를 차고도 남는다.


교회 재정 쑥쑥 늘리며 부유를 만끽했던 성직자라 일컫던 당시의 사제들은 좋았을 테다, 하늘이 주는 축복, 묘수라며 얼미나 희희낙락했을까? 하나님을 끌어다가 자신들의 정치적 색깔에 맞춰 부의 축적 수단으로 악용했던 견강부회를 말이다.


텅텅 비어 가는 유럽과 미주 지역 교회 현상이 남의 일이 결코 아닌 요즘, 대한민국 교회의 현실, 교회 지도자들, 아멘! 아멘! 맹목적으로 따르는 신도들의 해석이 몹시도 궁금한 까닭이다.


여전히 잘못과 오류 인정할 줄 모르고 남 탓만으로 일관한다면 종교 개혁이 있던 1517년 상황의 재현은 그다지 멀지 않았음을 다른 이들은 다 아는데 혹시 저들만 모르는 걸까. 설마 모를 리가.


두껍게 껍데기를 형성한 사탄 마귀 세력들, 자신들은 결코 아니라고 철통같이 굳게 믿는, 저쪽을 향한 손가락은 결코 걷어 들이지 않고 있다.


불신자들이라며 철저하게 무시 중인 자들의 평가에 왜 일희일비하며 신경 쓰냐는 거다. 그래도 정치적 색깔 따라 요리조리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기술 하나만큼은 절묘하다. 하늘의 뜻이라고 포장은 또 얼마나 기막히게 잘하는지 따라올 자 또한 없다.


종교개혁 주일을 맞는 오늘의 이 현실, 하늘에선 과연 어떻게 보고 판단하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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