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물론 펄쩍 뛰었죠
제 처지가 언제부터 이렇게 떼내기 쉽지 않은 혹 '덩어리'를 달고 사는 신세가 되었냐고요? 글쎄요......
지구상 수많은 다른 남편들은? 쓸데없는 오지랖이 발동하면서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가 별 걱정까지 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의사의 선고가 내려진다,
'암 병변이 관찰되었습니다, 4기입니다!' 생각만으로도 버겁고 마음이 천길 나락으로 떨어지며 아리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아무리 고개를 세게 좌우 상하로 흔들며 '안 돼!, 난 아니야!' 란다고 되는 일도 아닌 게 참 안타깝습니다. 이런 위험에 늘 노출된 일상, 하늘 향해 간절히 기도하는 것 말고는 딱히.
그나마 감사한 것은?
무겁게 짓누르는, 그토록 예외이길 바라지만 맘먹은 대로 안 되는 '암' 덩어리의 깊은 수렁까지는 아직이기에. 이러저러한 병치레 늘 달고 살긴 해도.
(암 투병으로 힘든 환우들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그런데 이건 또 뭔 뚱딴지같은 '덩어리'인가? 뭐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꽤 많은 덩어리가 '남편'인 내게 있단다. 그냥 넘길 사건인가. 마음 한 구석이 영 개운치가 않다.
혹시라도 남자를, 아니 남편을 못마땅해하는(?) 이들 논리 아닐까라면서도 움츠려 드는 것까지 숨길 순 없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심사가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거센 저항과 항변 여기저기서 난리다. 그런 적 없다는 착실한(?) 남편들까지 도매금으로 왜 싸잡아 넘기냐는 것 아닌가?
나도 성실표 남편임을 은근 자부해 왔는데, 이 억울함 도대체 어디다 호소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뜨거운 불에 튀는 콩처럼 '울그락불그락' 난리도 아니지만 잠시 내려놓는다. 치료해 보려고.
골리앗 보다 더 버거운 상대의 공격 그나마 1기 정도일 때, 조기에 발견 치료가 생사를 가를 만큼 중요하다잖은가. 덩어리 몇 개 되지 않을 때 제거하려 무진 애를 써 봐야 할 테다.
어랏! 그런데 이건 또 뭐지? 덩어리가 하나 더 있다고. '애물' 덩어리...... 그럼 다섯 개?
사진 출처 : 티스토리